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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술 훔쳐 중국에 공장 설립, 막을 방법 없나

입력 2024-09-11 14:22 | 신문게재 2024-09-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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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유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통신장비 업체를 매입하고 휴대폰 제조업체의 단말 R&D 부문을 인수한 과거 사례는 순진하고 합법적인 편이다. 이 과정에서 CDMA 기술이 유출됐다. 작년에만 국가핵심기술 23건이 밖으로 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공장 기술 유출로 떠들썩한 게 얼마 전이다. 이제는 삼성전자 독자개발 기술을 통째로 훔쳐 중국에 공장까지 차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전직 임원의 몹쓸 소행으로 국내 반도체는 산업기술 해외 유출의 핵심 표적임이 수십 차례를 거듭하며 밝혀졌다.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 등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데도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 즉 목적범임을 입증해야 처벌되도록 놔둔다면 개탄할 노릇이다. 지금도 국회에서 미적거리는 불합리한 규정부터 당장 바꿔야 한다.

유출된 기술은 20나노급 D램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단계별 핵심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쓰촨성 청두시 지방정부가 출자한 현지 반도체 생산회사를 설립했다. 지분을 나누고 국내 인력 유치까지 하는 대담함이 놀랍다. 반도체 분야 해외 기술 유출 건수 중 중국 비중이 압도적인 사실은 이미 실증돼 있다. 600단계 이상의 공정설계가 보호장치 없이 고스란히 넘어갔다니 기가 막히다. 기술 격차 폭을 줄이려는 모든 시도를 철저한 보안 인프라 구축으로 지켜야 한다. 프로젝트 책임자를 제외하고는 모델별로 개별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등의 보완책도 검토해볼 시점이다.

우리에겐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지켜야 할 기술이 너무 많다. 방산 생태계의 재편을 계기로 방산협력은 하되 핵심기술과 정보유출 방지에는 신경 써야 한다. 위장 취업과 함께 외국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하고 인력을 고용해 기술 유출을 하는 수법도 경계 대상이다. 외국인 심사 투자 대상에 비지배적 투자를 포함하고, 국가안보 관련 분야는 사전 신고 의무를 부과해 경제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지켜야 한다.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 기준도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미국이 징역 20년을 때릴 때 우리는 고작 집행유예인 식의 솜방망이 처벌은 사라져야 한다. 자체 생산 능력 없이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엔 미국 D램 기술을 훔치던 중국이 20나노급 D램 등 우리가 산업 우위를 차지하는 분야를 호시탐탐 노린다. 삼성 핵심기술로 공장을 짓는 행태에 국제 규범과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 기술 확보 못지않게 기술 관리 전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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