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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유 있는 '대출규제 엇박자'

입력 2024-09-10 09:02 | 신문게재 2024-09-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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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정경진·금융증권부장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총사령탑인 금융위원회는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가운데 산하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전면에 나서 은행권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출시장을 흔들면서 논란을 키웠다.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관리 총대를 멘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의 대출관리를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그의 입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리스크’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급기야 금융위와 금감원이 가계부채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마친 뒤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인식 차이는 없다”면서 수습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는 확고하다. 주택시장이 계속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준비하고 있는 추가 관리수단을 과감하게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대출관리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대출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향후 정책 방향을 규제 중심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돌이켜보면 연초부터 이뤄진 당국의 엇갈린 행보는 의도된 측면이 있다.

작년 말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위기론이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프파이낸싱(PF) 시장은 부동산 시장 규제를 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발등의 불이었다. 집값이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PF 위기론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작년 말 135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부동산 침체로 주요 건설현장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심화하면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이어지자 돈을 빌려준 금융사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PF 부실 관련 충당금을 관리기준 이상으로 쌓도록 유도하는 등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충당금 확보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고, 결국 부실 PF사업장을 가려내서 정리해야 하는데 시장에 미칠 충격파 때문에 연착륙 방안을 모색해왔다.

당국은 우선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켜 PF 위기를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연초부터 정책성 대출금리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한편 은행권에도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 대출 수요자들에게 부동산에 투자할 기회를 열어줬다.

대출 규제 완화로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지난 7월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불분명한 이유로 9월로 연기하면서 조급해진 대출 수요자들을 자극하자 늘어나는 가계대출 규모는 매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도록 유도해 PF 위기를 지연시키려고 했던 당국의 의도는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늘어난 가계부채가 새로운 당면 과제가 됐다.

당국은 이제 더 이상 집값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는 한계점에 직면했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부응했던 국민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정경진·금융증권부장 onda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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