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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속되는 국제유가 하락, 정유업계 ‘고민’도 살피길

입력 2024-09-08 14:04 | 신문게재 2024-0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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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자유낙하’ 중이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023년 6월 12일 이후 최저치다. 전국 주유소 기름값은 6주 연속 하락했고 추석 연휴까지 내림세가 일단 전망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8일 평균 유가는 리터당 전국 1645.27원, 서울 1698.32원을 기록했다. 유가 급락의 큰 측면은 공급 리스크 해소다. 리비아 석유 생산 차질 조기 해결이나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이 악화하지 않은 점이 그것이다.

먼저 살필 부분은 글로벌 제조업과 물류활동 회복이 약세인 점이다. 물론 유가 하락은 물가와 소비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추세대로 추석 무렵까지 국내 기름값이 떨어지면 소비자물가 안정엔 도움이 된다.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은 살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석유 소비에 대한 전망은 보수적일 만큼 신중해야 한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로서 원유 도입선 다변화, 비축량 확대는 유가 하락 국면에도 변하지 않는다.

고민이 가장 큰 쪽은 정유업계다. 2분기에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했고 3분기 수요 부진 여파가 겹쳐서다. 고유가로 들인 원유가 반 토막이 난 10년 전 악몽엔 못 미치지만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가치가 떨어져 손해에 직면한 상황인 건 맞다. 1분기 호실적 때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둘러싸고 동네북처럼 정치권 압박을 받던 정유업계에 대해서도 배려해야 한다. 1% 사용 의무화라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의 경우, 정유업계 투자 결정에 확신을 주려면 투자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SAF 생산 원가가 뛰지 않도록 국가전략기술 지정과 투자세액 공제 확대는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유가 급락의 원인이 시장경제이론에 따른 수요와 공급에 기인한 자연스러운 현상만은 아니어서 추이를 잘 지켜봐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미국 경기 지표 불안과 침체와 같은 찜찜한 변수도 있다. 물가 안정에 집착한 나머지 저유가가 글로벌 경제 불황을 초래하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경기 연착륙과 제조업 경기 반등의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5년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을 낮게 보는 것 역시 예상보다 느린 경제 회복 탓이다. 국제유가 인하에는 중동 갈등으로 전쟁까지는 나지 않는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작용했다.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역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발화되면 유가 및 물가 상승 압력이 언제라도 커질 지점이라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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