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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AI 시대의 지적재산권

입력 2024-09-05 14:10 | 신문게재 2024-09-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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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변리사

최근 발생한 미성년자들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우리 사회에 AI 시대의 신종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어 최근 캘리포니아 주는 AI로 아동 성적 학대 이미지와 비디오 제작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딥페이크 법안에 포함시켰다. AI는 인류에게 드라마틱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범죄들을 너무 쉽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 우리의 지식재산권은 범죄와 불법으로부터 과연 안녕한가?


잠시 AI와는 다른 얘기를 해보겠다. ‘얼굴 없는 예술가’로 알려진 영국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상표권과 저작권 문제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뱅크시는 1990년 정도부터 이름과 얼굴을 숨긴 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담벼락 등에 사회 풍자적 벽화를 그려왔다. 그러나 한 연하장 업체가 뱅크시 작품을 이용해 연하장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뱅크시는 작품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특정인이 사유화하는 것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영국에서 상표권 분쟁이 제기되었다. 해당 연하장 업체가 뱅크시(페스트 컨트롤)를 상대로 상표권 등록 무효를 주장한 것인데,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는 2021년, 연하장 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유인즉슨, 첫째, 상표권의 취지는 소비자가 상품 출처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뱅크시는 타인의 상표 등록이나 사용을 막겠다는 악의적 이유로 상표 등록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뱅크시의 권리를 대리한 페스트 컨트롤이란 업체가 뱅크시로부터 저작권을 넘겨받았다는 어떤 증명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 항소심 결정에서는 뱅크시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EU항소위원회는 페스트컨트롤의 상표권 출원이 상표를 이용할 의사가 없는 행위라는 연하장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뱅크시의 존재와 철학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뱅크시의 사례가 AI시대의 지재권 문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뱅크시가 상표권 분쟁에 휩싸인 이유는 그의 ‘익명성’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실명으로 활동하면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익명성을 유지하는 존재에게 상표법의 보호를 허락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생성형 AI가 저작물을 만들어 냈을 때 법인격을 특정할 수 없는 생성형 AI에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뱅크시의 상표 등록과 저작권이 무효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 AI가 만들어 내는 저작물이나 디자인에 대한 법적 보호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2023년에 제작된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라는 만화는 작가 크리스 카지노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제작한 만화이다. 이야기와 구성은 인간 작가가 작성했지만 그림의 상당 부분은 AI를 통해 만들었다. 작가는 이 만화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려 했으나,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AI가 법인격을 인정하거나 특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AI로 만든 작품에 대한 지재권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가능할까? AI 시대에는 ‘법인격’과 ‘창작’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질지 모른다. 이 문제에 대해 AI에게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지 궁금해진다. AI의 대답을 듣기 전에 우리의 치열한 고민이 선행되길 바란다.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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