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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전월세 상한제, 단계적 폐지 방안 마련해야

입력 2024-09-05 06:09 | 신문게재 2024-09-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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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났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는 임차인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전월세 가격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전월세 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가 오히려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 폐지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23년 5월 넷째 주를 시작으로 2024년 8월 셋째 주까지 66주 연속으로 올랐다.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7.63%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갱신 계약이 완료된 전세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전세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지난 4년간 시세만큼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체결 시 전세 가격을 한꺼번에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향후 4년간 가격 상승분을 미리 반영해 전세 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전세 가격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 동안 전월세 상한제의 이런 문제점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2년간(2020년 6월~2022년 5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전월세 가격 격차는 21% 확대되고, 전월세 평균 가격은 8.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한제를 적용받는 전월세 계약(갱신 계약)의 경우 전월세 가격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되지만,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전월세 계약(신규 계약)의 경우에는 임대인이 전월세 가격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후자의 전월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전월세 평균 가격은 상한제 도입 전 대비 오히려 상승한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뒷받침하는 실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례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7월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59.96㎡) 전세 계약의 경우 상한제를 적용받는 갱신 계약은 보증금 6억3000만원에 계약됐지만,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은 8억 6000만원에 계약됐다. 최근 2024년 7월에도 동아파트에서 갱신 계약은 6억4000만원에 계약된 반면, 신규 계약은 7억8000만원에 계약된 바 있다. 주목할 것은 전월세 상한제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이 단기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행 4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월세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이중가격 문제를 발생시키고, 결과적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다만, 당장 폐지 수준의 개정이 이뤄질 경우 급격한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임차인의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행의 5% 상한률을 법 개정 1년차에는 7%, 2년차에는 10%로 완화한 후 3년차부터 완전히 폐지하는 등의 단계적 폐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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