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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 탄 K-조선, 실상은 ‘인력난·노조파업’ 이중고

입력 2024-09-04 06:51 | 신문게재 2024-09-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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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HD현대)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으로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노사 간 협상 교착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발목 잡힐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주량 증가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가 4일과 9일 두 차례 추가 파업을 예고했다. 조선노연은 4일 오후 2시 30분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 9일 오후 2시 30분 경남 거제시 옥포사거리에서 집회를 연다. 동시에 각 조선사 노조는 7시간 이상 파업을 벼르고 있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추석까지 협상 결과가 안 나오면 4일 대표자총회에서 추석 이후 총파업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선노연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HD한국조선해양 계열 3사에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SG성동조선, 케이조선, HJ중공업 등 8개 기업 노조로 구성돼 있다. 각 노조의 요구사항은 기업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는 기본급 및 성과급 인상, 복지 확대,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요약된다.

조선사별로는 HD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지난달 30일 21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임단협 제시안을 요구했으나 아직 사측의 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노조 측은 근로시간 1시간 단축을 추가 요구했고, 구조조정에 따른 희망퇴직 금지도 단체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4일 오후 2시 실무 교섭을 갖는다.

HD현대삼호 노조는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진전이 더디다. 지난달 29일 20차 본교섭에서 노조는 9월에도 폭염이 지속된다는 점을 들어 혹서기 기간 연장을 추가로 요구했지만, 사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크다. 노사는 지난해 5월 2023년 경영 실적에 따라 RSU 300%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경영 실적 미달로 인한 갈등이 뇌관으로 부상했다. 노조는 ‘경영 실적’이라는 문구가 선언적이라며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정해진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는 최근 사측이 제안한 기본급 3.8% 이상 인상, 임단협 타결 격려금 100만원, 흑자 달성 격려금 100만원 등의 안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 7월 22일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는 근로자 투표에서 97.14%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의 노사 갈등과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국내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노사 양측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조선업 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생산라인이 즉각 멈추는 공정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고민은 노사 갈등 장기화에 따른 납기지연 문제다”고 지적한 뒤 “최악의 경우 다 잡아놓은(수주) 물고기를 어부가 없어 놓치고, 국제 공신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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