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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설비 투자 실탄 확보하라"…두산밥캣 분리계획 부분 수정

입력 2024-09-03 06:54 | 신문게재 2024-09-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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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당타워 전경. (사진제공=두산그룹)

 

두산그룹이 당초 계획했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철회하는 대신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은 계속하기로 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두산그룹이 급성장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 차원에서 분리 합병이 주주 반발과 금융당국 규제 등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당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분할하면서 발생하는 실탄을 원전 수주에 활용한다는 방침이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지난달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해제를 결의했다. 금융당국과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결과다. 두 회사의 주식 교환 비율을 1대 0.63으로 책정한 것에 대해 두산밥캣의 가치 저평가 논란이 일었고, 이는 금융감독원의 두 차례에 걸친 정정 요구로 이어졌다.

두산그룹이 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떼어내려는 가장 큰 이유는 급팽창하는 원전 시장에 대응, 대규모 설비투자 차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원전 규모가 현재 396기가와트(GW)에서 2050년 916GW로 증가할 것으로 봤고,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건설 계획이 확정된 원전만 104기에 달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10기 안팎의 원전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두산밥캣 분리를 통해 약 7200억원의 차입금을 정리하고, 두산큐벡스와 분당리츠 등 비영업용 자산 매각으로 5000억원을 추가 확보해 총 1조 20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대형원전 20기, 소형모듈원전(SMR) 100기 규모의 생산시설을 적기에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 기회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생산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설법인이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계획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두산그룹이 전체적인 재편 방향은 유지하면서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직접적인 합병만 포기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즉,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자 당장의 이전은 철회하는 대신에 향후 여건 등을 살펴보면서 다음 단계를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뒀다는 것이다.

두산밥캣 입장에서도 이번 구조조정의 의미는 크다. 회사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영위하는 소형장비 산업은 건설·조경·농업·물류 등 전방위에서 AI 기반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이라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두산밥캣이 손자회사의 제약에서 벗어나야 했는데 이번에 합병이 철회된 것은 뼈아픈 결과”라고 안타까워했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

향후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성공 여부와 이를 통해 에너빌리티와 밥캣이 각각 원전 시장과 AI 기반 무인화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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