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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차기 한국섬진흥원장에 바란다

입력 2024-09-03 06:55 | 신문게재 2024-09-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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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한국섬진흥원(이하 한섬원)을 이끌어 갈 제2대 원장의 공모가 지난 22일 마감됐다. 한섬원은 ‘섬발전촉진법’에 의거, 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정책수립·진흥을 목적으로 2021년 10월 8일 출범했다.

초대 원장은 행정안전부 고위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그는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섬 정책을 개발해 우리의 섬을 ‘살고 싶은 섬’, ‘찾고 싶은 섬’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섬 교통체계 혁신방안 연구’ 등 섬 발전을 위한 연구와 신생조직의 안정화, 조직의 외연 확대 등에 주안점을 두고 3년간 조직을 이끌었다. 하지만 섬 주민 실생활의 곳곳에 내재한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섬에 사는 주민들은 조선 후기에 육지에서 섬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당시 육지를 떠나 섬으로 이주한 선조들은 이전보다 나은 삶을 꿈꿨다. 반대로 산업화 이후 많은 섬사람이 육지로, 대도시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났다. 대부분 섬의 인구는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다운사이징(Downsizing) 됐다.

오늘의 섬 환경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외에도 무분별한 섬 개발,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생태환경과 농업구조의 변화,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태양광과 해상풍력발전소 설치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에서 한섬원은 지속 가능한 섬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듯이 82만 섬 주민들에게 한섬원이 신뢰와 희망을 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현재 한섬원의 기능과 역할이 기존 행안부 섬 정책과 연관성이 커서,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주관하는 별도의 섬 사업과 조화를 이루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차기 섬진흥원장은 여러 중앙 부처들로 다변화된 섬 정책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당장 섬 주민이 직면한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면 좋겠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섬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국회와 정부, 섬 주민, 학계, 섬 단체 및 활동가, 언론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국민적 관심을 도출해내야 한다.

한섬원은 현재 6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신생 조직이다. 그러나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각 분야에 적임자가 배치되었는지, 그리고 이들이 실제 섬 현장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섬 방문은 여러 불편함이 따르지만, 현장에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으면 섬의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현장 방문을 통해 교통, 의료, 환경 등 육지와는 다른 섬 생활의 취약점들이 명확히 드러난다. 한섬원은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들, 그리고 ‘콜센터’나 ‘찾아가는 섬 포럼’ 등을 통해 접수된 현안들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현안대응TF팀’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TF 팀원들이 국회, 중앙부처,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방문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섬 주민의 삶의 질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유인 섬 중심이었던 연구 분야를 무인 섬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인도는 행안부, 무인도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이 관리하고 있다. 국가 전체의 섬 발전과 무인도의 가치 증진을 위해서는 무인도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섬 연구도 강화했으면 좋겠다. 오늘날의 세계적 섬 관광 명소들이 어떻게 생태 섬, 관광섬, 문화예술의 섬들로 도약했는지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국내 섬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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