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Welfare(복지서비스) > 정부지원서비스

[르포] 기후약자에 엄습한 폭염…기후고립의 외딴섬 '쪽방촌'에 가다

[정책탐구생활] 폭염 등 기후위기로 네트워크, 이동 단절된 취약계층

입력 2024-09-01 13:53 | 신문게재 2024-09-02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완_IMG_1594-2
지난달 25일 대전 정동 쪽방촌의 모습. 33도의 폭염 속 행인의 모습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한 숙박시설 출입문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는 표지판이 붙여져 있다(사진=곽진성)

 

“날이 더워서 우울하다…하지만 골목조차 나서기 쉽지 않다”

지난달 25일 오후 3시 20분 대전 정동 역전 1길의 한 골목에서 만난 A(78·여성)씨의 얼굴엔 큼지막한 땀방울이 송글 맺혀있었다. 골목 어귀 허름한 의자에 몸을 의지한 채 연신 부채질을 하는 A 씨는 폭염 속에 우울함을 토로한다.

더위를 식히려 무더위 쉼터에 가고 싶지만 다리가 불편한 탓에 그것도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무더위에 동네를 지나는 지인과 행인의 발걸음은 뚝 끊긴지 오래다.

폭염 등 기후위기로 인해 네트워크와 이동이 단절, 사회적 고립되어가는 모습이 A 씨에게서 엿보였다. 이른바 기후위기로 인한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이하 기후고립) 현상이다.

브릿지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정부차원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실태조사의 테스트조사(340~343명 대상)결과 기후취약계층의 다수(73.7%)에서 사회적 고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첫 감지된 바 있다. 기후고립이 비단 A 씨만의 일이 아닌 취약계층을 다수를 엄습한 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대전의 최고온도는 33도에 달했다. 장기간 이어진 열파의 기세가 여전하다. 냉방(冷房)에서 동떨어진 여름나기를 하고 있는 쪽방촌 주민들은 맨 몸으로 긴 여름을 감내하고 있다.

낡은 단칸 방, 허름하게 지어진 지붕과 외벽, 그리고 좁은 공간에 여러 잡동사니가 즐비한 쪽방은 그 속에 사는 극한 폭염으로부터 거주자를 온전히 지켜주지 못하고 있었다. “선풍기에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며 불편한 몸을 이끈 채 집 주위만 맴도는 A 씨처럼, 쪽방촌 주민들은 저마다의 열악한 사연들을 머금은 채 사회적 고립의 처지에 놓여있다.

자연스레 취약계층 기후고립의 양태가 빚어낼 사회문제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 이날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들은 기후고립 된 신세를 한탄한다. 대전 쪽방촌에 거주하는 B(70·여) 씨는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신세다. 이상기온에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버티고 있지만, 옆집 할아버지 같은 분은 더 위험해 보인다. 평소에 밖에도 나오지 않던 어르신이 최근에 빤스(팬티)만 입고 밖에 나와 멍하니 계신다. 냉방기구도 없어 버티기 한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전=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