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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시장경제학적 개선방향 고찰

입력 2024-09-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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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 시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

우리 경제는 필요한 원유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특별히 고유가 시기 정치권의 ‘국민부담 경감책 마련’ 요구는 매번 반복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수단은 단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다. ‘개별소비세법’ 제1조 7항에 의거해 우리 정부는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하여 경기 조절, 가격 안정, 수급 조정에 필요한 경우 석유류 제품에 대한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정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의 법적 근거다.

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이에 정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취한다고 볼 수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만 이를 4차례 시행한 바 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며, 정부 세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 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이미 가구당 1.16대로 사실상 평균적인 모든 가구는 유류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 산업구조에서 유류비 인하는 중요한 비용절감 요인이다. 나아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국세의 약 5%를 차지하는 중요한 세수로서 단일세목으로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지방재정에서도 교육세와 주행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로 적지 않다.

◇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경제학 이론적 검토

조세귀착(tax incidence) 이론은 유류세 인하 분이 소비자 가격에 왜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경쟁이 덜한 주유소 일수록 유류세 인하 분의 일부를 마진으로 챙기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도리어 공급자가 유류세 인하 분을 소비자에게 선제적이며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줄곧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이후 휘발유 및 경유의 판매가격이 유류세 인하 분만큼 떨어지길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예컨대 고유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감소가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면, 이 정책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더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고유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분이 영업용 차량 운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선별 지원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더 가깝다.

요컨대, 경제학 이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는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 목표가 “가격 안정”에 있다면, 정부는 조세귀착의 문제가 이를 달성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 수단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정책 목표를 “경기 조절”에 두었다면, 효율적인 자원배분(경제 주체의 가처분 소득 수준 등을 고려)을 통해 해당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개선방향 제언


정부 정책은 그 정책의 합리성과 목표달성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2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시장의 가격기능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후생경제학 제1법칙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특별히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시장메커니즘(가격기능)이 충분히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정책 수혜자가 처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여 정부는 선별적인 지원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정부 재원 배분의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 현행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대해 다음 네 가지 개선방향을 제언한다.

첫째, 고유가 시기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대폭적인 확대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현행 유가연동보조금 조치는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다. 비록 보조금 지급은 경제주체의 실질 지불가격에 영향을 미치긴 하나, 명목가격이 주는 가격기능은 왜곡되지 않으므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혜택은 유가에 따라 탄력적인 수요 조정이 제한된 경제주체에게 우선 배분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의 정책보다 개선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고유가 시기 대중교통 이용의 대폭적인 촉진 정책을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의 촉진 정책 역시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의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고, 석유제품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석유소비의 왜곡을 덜 초래한다. 물론 대중교통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대중교통 수요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대중교통은 자가용보다 환경적 편익이 크다는 점에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는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고유가 시기 자가용을 이동수단으로 선택하는 가계가 대중교통을 대체 수단으로 선택하면서 가처분 소득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고유가 시기 가계가 대중교통 수단을 선택하도록 대중교통 이용의 기대편익을 대폭적으로 키우고, 그에 맞는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회적 후생 증진에 더 부합한다.

끝으로, 경제 참여자들의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 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앞선 4차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의 배경을 살펴볼 때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하는 배경에 특별한 규칙을 찾기 어려웠다. 이것이 유류세 인하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조건(예: 직전 12개월 최저치 대비 단기간 30% 이상의 유가상승)을 마련하는 것은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종료시점의 조건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산업자원통상부, 국토교통부 등의 주무부처와 지자체 간의 정책 협의도 필요하므로 충분한 논의와 인내심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다소 험난할지라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효율적으로 개선되길 소망한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실장

 


※ 본 컬럼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및 정책 개선방안 연구(2023)” 내용의 일부를 요약·가공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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