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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전화 받지 말자'…노사 교섭 앞두고 딜레마 빠진 '포스코'

입력 2024-08-30 06:14 | 신문게재 2024-09-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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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대치동 포스코그룹 사옥 전경.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포스코가 ‘탐색전’을 끝내고 노조와 본격적인 ‘2024년 임금협상’을 앞둔 가운데 ‘딜레마’에 빠졌다. 철강업계 1위에도 최근 수년간 임금 인상률이 3% 안팎에 그치면서 일부 부서는 ‘퇴근 후 전화는 받지 말자’라는 반발성 사내 문화가 유행하는 등 사기가 바닥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포스코는 극심한 업황 부진으로 전폭적인 임금인상 카드를 빼기 어려운 처지다. 노조가 철강업계 최대 규모로 추진 주인 ‘통상임금’ 소송도 올해 교섭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올해 취임한 장인화 회장의 ‘소통 리더십’이 노사관계의 가교역할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다음 주부터 올해 교섭을 본격화한다. 지난달 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노사 모두 사실상 교섭 전략을 전부 공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측 교섭 대표단이 노조 측에 교섭을 진행하자고 재차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임금성 부분을 놓고 노사 이견이 첨예하게 갈린다는 부분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파업 위기에 몰렸던 포스코는 올해는 파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기본급의 경우 올해 사측이 5만원 인상을 제시하면서 노사 관계가 급격히 삐걱대기 시작했다. 노조가 요구한 25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노사 간 신뢰가 손상됐다”고 으름장을 놨다. 노조는 “기본급 5만원 인상은 노조 요구안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물가상승률도 안되는 인상”이라고 경고했다. 김성호 노조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영진의 임원 연봉은 상위 5개 기업에 속한다”면서 “모두 노동자 임금 인상을 억제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실제 포스코 직원의 임금 인상률은 그동안 3% 수준에 그쳤다. 2020년에는 동결하기도 했다.

낮은 임금 인상률은 직원 사기를 크게 꺾어 놓고 있단 볼멘소리도 잇따른다. 최근 블라인드에는 ‘퇴근 후에는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는 포스코 직원의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낮은 임금 인상률 탓에 ‘포스코 퇴사를 준비 중’이란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10년차 이상 숙련된 인재들이 타사로 떠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회사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것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빠졌다”는 것이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싶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 27.2%나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이 45%나 급감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사측은 “회사의 경쟁력과 임금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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