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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의 눈물’…“투자 줄이고 팔만 한 건 죄다 판다”

공장 멈추고 사업 매각하고, 석화업계 불황탈출 '안간힘'
1년 반 사이 전체 업종 중 차입금 의존도 상승률 가장 높아
LG화학·롯데케미칼·효성화학 등 비주류 부문 매각 및 투자규모 축소

입력 2024-08-30 06:07 | 신문게재 2024-08-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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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경기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빚이 쌓이고 있다. 1년 반 새,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를 축소하거나 비주류 부문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아 보인다.

2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차입금 규모와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석유화학업계 차입금 의존도는 올해 2분기 기준 34.7%로 지난 2022년 4분기와 비교해 1년 반 사이 4.5%포인트(p) 늘어 전 산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대비 빌린 자금의 비중으로, 차입금을 총 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차입금 의존도가 올라가면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특히 업황 부진 타개를 위해 비화학과 친환경 투자를 늘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업별로는 이 기간 SK케미칼 (18.4%→33.4%, 15.0%p)과 한화솔루션(34.8%→45.8%, 11.0%p)의 차입금 의존도가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아울러 올해 2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효성화학(차입금 의존도 79.4%)이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서둘거나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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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LG화학은 지난 3월 중국발 증설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스티렌모노머(SM) 수익성이 악화되자 여수 공장 가동 중단에 나섰다. 동시에 올해 2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설비투자규모(CAPEX)를 기존 4조원에서 3조원대 초중반대로 축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된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분기 적자 폭이 확대된 롯데케미칼은 부진한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자산경량화로 사업전략을 틀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KP켐텍을 청산하고, 중국에서 기초원료 생산을 담당했던 LC삼강과 가흥을 매각하는 자구 노력도 병행했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생산가지인 LC 매각 추진과 내년 CAPEX 규모(1조7000억원으로 축소)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효성화학은 현재 약 1조3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을 진행 중이다. 특수가스 사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부문으로, 지분 100% 매각을 위해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적자를 지속하는 베트남 법인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 등 차입금이 늘어나게 된 이유는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업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사업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이란 최후의 방법을 쓰는 것 같다”면서 “이 시기를 잘 버티고 확실한 체질개선에 성공할 경우 향후 호경기 사이클에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영 기자 eyk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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