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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과값과 추석 민심

입력 2024-08-27 14:01 | 신문게재 2024-0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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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사과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과일이다. 보통 사과는 가을부터 봄까지 가장 흔하게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과일로 풍부한 비타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도 해준다.

사과가 흔하다고 해서 또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고 해서 귀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온갖 수입 과일이 차고 넘쳐난다고 해도 우리 문화권에서 수입 과일이 사과를 대체할 수는 없다. 사과는 명절 차례상은 물론 제사상에도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전통적인 제수용 과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과는 단순한 먹거리를 뛰어 넘어 우리의 문화와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과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과가 ‘국민과일’이라는 점은 소비량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사과는 국민 1인당 연간 11㎏을 먹어 감귤(11.8㎏)에 이어 두 번째로 소비가 많았다.

이처럼 친숙한 사과가 지난해부터 ‘금사과’가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을 2주 앞두고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02.5%나 올라 꼭 두 배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설까지 이어졌다. 설을 앞두고 사과 값이 전년도 설에 비해 97%나 올랐다. 사과가격 상승은 비단 사과가격 상승에만 그치지 않고 대체재 역할을 하는 다른 과일의 가격까지 끌어 올렸다. 실제로 사과와 함께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감귤 가격은 올해 해 설 직전인 지난 2월 8일 기준으로 전년보다 67.8%나 급등했다.

과일물가의 상승은 전체 소비자 물가를 끌어 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과일’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0.4% 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1월 물가상승률(2.8%) 가운데 과일만으로 전체 인플레이션의 7분의 1을 끌어올렸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이처럼 과일가격 폭등에서 시작된 밥상물가 상승은 설 명절 민심을 악화시켰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에 급격한 밥상 물가 상승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추석 명절을 3주 앞둔 상황에서 또 다시 밥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한국물가협회는 최근 전국 주요 전통시장의 28개 차례용품 가격을 조사했더니 4인 가족 기준 올해 추석 차례상 예상 비용이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추석 때보다 9.1% 상승했다고 밝혔다. 28개 품목 중에서 23개 가격이 올랐는데 도라지, 고사리, 곶감, 대추, 밤, 배는 1년 전보다 2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금사과’ 사태를 불러 일으킨 사과값은 올해 8월 10㎏ 기준 5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3% 가량 떨어졌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10% 이상 비싸다.

제수용품은 아니지만 배추, 무 등 한국인의 밥상에 필수적인 채소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26일 기준 7419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5414원)보다 37% 올랐으며, 무 한 개는 3960원으로 역시 지난해보다 31.9% 올랐다.

명절 민심은 상차림을 하는 주부의 장바구니 물가에서 나온다. 당장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 추석명절을 지내야 하는 서민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여당을 위해서라도 올해 추석에는 지난해 추석처럼 ‘금사과’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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