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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권 책무구조도 도입 머뭇거릴 이유 없다

입력 2024-08-26 14:08 | 신문게재 2024-08-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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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의 핵심은 ‘책무구조도 도입의 구체화’다. 횡령·배임 같은 금융사고나 심각한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다고 하자. 이때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고객책임자(CCO) 등 C레벨 임원들과 준법감시인·위험관리책임자 등이 지는 법적 책임에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사건·사고들을 보면 기준이 달라진다. 책무구조도 도입 의무 명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내부 통제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 제고가 된다고 믿을 정도로 금융권이 불신의 늪에 빠졌다. 대출 사기 횡령사고, 특혜성 부당 대출이 적발된 경우나 명의를 도용한 허위 대출은 단순한 여심심사 소홀 차원을 넘어선다. 직원 일탈에만 국한되고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책임이 부재한 것은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명분을 더 키웠다. 시스템상으로는 어떠하다고 항변하든 금융사 임원 개개인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굳이 왜 도식화해야 하는지 대변해준 꼴이었다.

지나간 한때 금융 지주회사 회장들이 ‘4대 천왕’으로 불렸을 때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만든 조치들이 나왔었다. 지금 보듯이 그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으면 회장 친인척에게 특혜가 진행됐을 리 없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같은 최고경영자도 법적 책임을 지고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게 해야 한다. 처벌 무풍지대란 있을 수 없다. 회삿돈이 시스템으로 보호받지 못해 범죄에 노출되는 일이 없게 차단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지배구조법대로 책무구조도에 인센티브까지 내걸고 시범운영을 하지만 은행권에서 다소 머뭇거리는 것처럼도 보인다. 연말 조직 조직개편 등의 고충과 시범운영 기간에 수정할 사항이 있을 때 새로 이사회 의결을 거치는 등의 실무적 불편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제출 시기에 업권별 차등을 둔 가운데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은 올해 10월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면피 조항도 적용받는다. 다만 부실한 내부 관리뿐 아니라 외적인 요인도 많다. 금융산업정책이 금융감독정책을 압도하는 듯한 기능성의 문제가 그것이다. 감독체계에도 손을 댈 때가 왔다고 본다.

책무구조도 의무화로 찾아야 할 것은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의 공공성이다. 땅에 떨어진 금융권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제도가 금융회사의 혁신을 가로막지 않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무구조도가 지배구조 개선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금융권에 정착하길 바란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처럼 운영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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