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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합병원, 미용-미술-음악-원예-요리-이벤트 등 봉사프로그램 운영

- “의료진-봉사자가 함께 환자사랑 실천하는 병원”
- 노을연주회로 환자들 위로하고, 말기암환자 결혼기념식엔 가슴 뭉클

입력 2024-08-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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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온종합병원)
지난 22일 오후 2시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13층. 20여평의 넓은 휴게공간이 순식간에 산뜻한 미용실로 바뀌었다. 미용사들이 가위와 빗, 바리캉 등 미용기구들을 챙기며 머리손질을 할 준비를 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간병사나 보호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속속 임시미용실인 ‘온뷰티살롱’으로 모여들었다.

장기요양 중인 온요양병원 입원환자들과 수술하고 입원치료를 받고는 퇴원을 맞아 매무새를 가다듬으려고 찾아온 온종합병원 환자들은 저마다 미소 머금은 밝은 얼굴들이다. 몇몇 요양병원 환자들은 벌써부터 낯익은 사이가 됐는지 보자마자 미용사들에게 반갑게 인사말을 건넨다.

온종합병원과 온요양병원은 수년전부터 부산진구미용사회의 도움으로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해오고 있다. 권일, 서보교, 박영숙 실장 등 부산진구미용사회 소속 미용사들은 매주 화, 수, 목요일마다 바쁜 미용실 일을 뿌리치고 무료로 환자들의 머리손질을 해주고 있다. 미용봉사에 참여하는 미용사들은 부산진구 서면의 유명 미용실에서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이날 세달만에 머리 커트를 한다는 김 모 할머니(79)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카락이 길어 얼굴마저 부스스하게 보여 신경쓰였는데 유명한 미용사 선생님들이 예쁘게 깎아주니 너무 기쁘고 기분 좋다”며 자원 봉사하는 미용사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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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온종합병원)
부산 온종합병원에는 이처럼 미용봉사뿐만 아니라 다도, 원예,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들이 의료진과 더불어 환자사랑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매주 화, 수요일엔 부산진구 전포동 평화교회와 수영로교회의 장로나 권사 등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에게 마사지봉사를 해오고 있다. 천연 오일로 섞어 만든 특별 오일과 바디로션으로 까칠하고 각질화화 된 전신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줘 환자들이 엄청 즐거워하고 있다. 교회봉사자들의 환자 마사지는 지난 2018년부터 했으니, 벌써 햇수로 7년째다. 이들은 또 매달 한두 차례 꽃밥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특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감전교회에서 주도하는 다도봉사에는 봉사자들이 철따라 식용 꽃잎들을 직접 주문해 제조한 꽃차로 환자들을 대접하고 있다. 오디, 귤, 민들레, 수레국화, 찔레, 방풍, 목련, 금어초, 홍화씨, 해당화, 박하, 작두콩, 무말랭이차 등이 인기다.

외부자원봉사자들뿐만 아니라 병원 의료진이나 직원들도 봉사활동 참여에 적극적이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호스피스온화의료병동에 입원 중인 말기 암 환자들에게 생일상을 마련해주거나,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주고 있어 환자는 물론 가족들이 크게 감동하기도 한다.

지난 12일엔 환자보호자의 요청으로 이 병원 16층 옥상에서 ‘노을음악회’를 처음으로 마련해, 참석한 요양병원 환자들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레 연주하는 의료진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그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거름, 부산진구 당감2동 온요양병원 옥상 하늘정원에는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같은 병실의 할아버지는 거동 불편한 옆 친구의 휠체어를 밀고 옥상으로 왔다. 평소 노을이 예쁘기로 입소문 나면서 환자나 간병 보호자들이 자주 찾아 ‘노을맛집’으로도 알려진 병원 옥상에서 열린 1회 노을음악회에는 의사이면서 의료법인 대표인 윤선희 이사장이 플루트, 요양병원 권진영 행정실장이 바이올린, 의료전문방송 ONN닥터TV 정은경 아나운서가 전자피아노를 연주했다. 아리랑, 바람이 머무는 날, 기쁨의 노래, 고향의 봄,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등 10여곡의 선율이 노을을 타고 도심하늘을 뒤덮었다.

특히 이날 노을연주회에는 온종합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발달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중학생도 자원봉사에 참여해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칠순이 넘은 요양병원 의사인 전기환 의무원장이 직접 성악까지 선보여 참석한 환자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노을음악회’는 환자가족의 제안으로 병원에서 마련했다. 한 보호자가 어느날 퇴근길 아버지를 병문안하려 병원을 찾았다가 옥상에서 하늘을 우두커니 응시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저몄단다. 가까이 다가가 아버지에게 뭐 하시냐고 말을 걸었더니 “노을이 너무 예쁘다!”고 하시는 모습이 그리 행복해보이더란다. 이 보호자가 병원 직원에게 하늘정원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해주시면 더 좋겠다고 제안했고 온요양병원이 ‘노을음악회’를 마련했던 거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이 병원을 설립한 안과의사 정근 원장은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무료진료해온 ‘봉사왕’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의 설립취지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미용사회 미용사들은 물론 기독교교회 성도, 봉사정신이 투철한 부산시내 어르신들이 스스로 병원에 찾아와서 구석구석 자원봉사의 손길로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다”며 “의료진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환자사랑을 베푸는 곳이 온종합병원과 온요양병원”이라고 자랑했다.

부산=도남선 기자 aegook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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