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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예술·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입력 2024-08-22 14:14 | 신문게재 2024-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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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디즈니 테마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그레고리 스미스는 청소년 음악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썼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의 대표적인 곡이 바로 ‘오케스트라 게임’이다.

‘오케스트라 게임’은 ‘가장 큰 소리 내기’ ‘가장 낮은 소리 내기’ 등의 종목을 통해 각 악기의 특성과 음색의 특징을 스포츠 경기처럼 소개한다. 해설자 역시 중계방식으로 곡을 소개하면서 관객들이 박수치며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곡에 등장하는 여러 종목 가운데 하이라이트 경기는 마라톤이다. 바이올린, 트럼본, 클라리넷이 경주하는 가운데 바이올린과 트럼본이 넘어진다. 그대로 경기가 진행되면 클라리넷이 승자가 되는 상황에서 클라리넷은 넘어진 두 악기를 일으켜 함께 결승선에 들어오며 곡은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개막식부터 다양한 화제를 모았던 파리 올림픽이 얼마전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케스트라 게임’에 나온 것 같은 미담이 가득했던 점이다. 올림픽마다 화제가 되는 순간들이 연출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만큼 배려의 미덕이 유난히 돋보인 대회가 있었을까 싶다. 스포츠 명장면 사이사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펜싱의 오상욱 선수는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결승전 중 우승을 결정짓기 바로 전 상대선수가 뒷걸음질하다 넘어지자 칼을 내리고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매너에 관중과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 환호했고 그의 ‘금빛 매너’는 금메달보다도 더 빛났다.

‘삐약이’ 신유빈 선수는 탁구 여자 개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역전패했다. 그러나 신유빈은 하야타 선수에게 다가가 미소로 포옹하며 축하했고, 일본 감독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일본 감독은 신유빈의 인사에 허리까지 숙여 정중히 답례했다.

태권도의 박태준은 결승전에서 우승이 확정된 뒤 승리의 세리머니 대신 쓰러진 마고도예프 선수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시상식에 입장할때 마고도예프는 박태준 선수에게 기대고 박태준은 그를 부축하면서 다시금 흐뭇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체조의 전설 바일스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3, 은 1개를 땄다. 마루 종목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바일스는 아쉬움 대신 시상대에서 금메달리스트 레베카를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져 은메달을 딴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는 시상식 당시 준결승에서 기권한 스페인 선수를 위해 스페인 국기 배지를 들고 올라와 뭉클함을 자아냈다.

사람들이 공연장과 경기장을 찾는 것은 결점 없는 완벽한 연주, 세계 신기록 경신의 순간만을 함께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티스트와 선수들이 흘려온 지난 시간의 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숭고한 인간미를 보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완벽한 기술보다는 그들이 보여주는 노력의 진정성,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하모니와 팀워크, 나아가 경쟁자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을 통해 인간다움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예술과 스포츠에 열광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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