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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행 하루 전 미룬 택시월급제, 현실에 맞는 대안 찾아야

입력 2024-08-21 14:10 | 신문게재 2024-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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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반영하고 담는 그릇이 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개정안이 통과한 것은 실정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싶다. 원래 20일이던 택시월급제 전국 전면 확대 시행일을 하루 앞두고 촉박하게 이뤄져 무리는 있었다. 하지만 여건에는 부합한 조치였다. 택시노동자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간주해 월급을 책정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하기에는 준비가 상당히 덜 돼 있다.

전국 확대 시점을 2년간 늦춘 배경은 현장 목소리였다. 그 대상인 지방에는 주 40시간 이상 근무로 월급을 줄 수 있는 회사, 받을 수 있는 택시 기사가 현격히 적다. 5년 전 월 200만원이 넘는 고정 급여 설계를 민주당이 주도하고 여야 합의로 입법화할 때는 이런 사정은 거의 무시됐다. 사납금제가 생존권과 노동권을 위협한다는 이슈에 너무 골몰해 있었다. 이제 시행이 유예되지만 ‘택시운수노동자 소정근로시간 산정특례’(법 제11조의 2)의 의미는 버리지 않아야 한다. 적정한 수준의 월급을 주고 초과 운송수입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더 주는 취지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과거 입법 당시에도 경영난에 따른 택시업 공멸과 지방 택시 대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업계 사정보다는 ‘타다’ 등에 반발한 법인 택시 기사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의도가 너무 앞섰을 뿐이다. 이번엔 대부분의 택시노조까지 택시산업이 붕괴된 현실을 거론하며 법 개정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아이러니하다. 택시 업계와 기사의 고충은 그대로인데 업계와 노사 모두 반대하는 모양새 아닌가. 이러니 현장을 모르는 탁상 입법이라고 비판받아도 싸다. 국토교통부가 택시 업계가 처한 문제들을 연구하고 대책과 대안을 내기로 했다니 지켜보겠다.

‘연구’ 대상에는 택시 양대노조(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의 택시월급제 폐지 요구도 포함해야 한다.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고성과자들이 배달업·택배법으로 이탈하는 문제, 고성과자 임금이 저성과자에 분배된다는 전국택시운동사업조합연합회 측의 월급제 우려까지 담아내야 한다. 노사 합의나 노조가 원할 경우라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해서는 안 된다.

3년간 월급제를 시행해본 서울이라고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현실적 경영상 어려움으로 사납금제를 고수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이런 부분을 포함해 시행 유예 기간은 택시 산업 전반의 발전 방안과 대책을 재설계하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합리적 대안을 취해야 법이 현장에 잘 적용되고 규범력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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