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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두산 합병, 곳곳서 ‘십자포화’

밥캣·로보틱스 합병…주주·금융당국에 정치권까지 ‘사면초가’

입력 2024-08-20 06:50 | 신문게재 2024-08-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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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당타워 전경. (사진제공=두산그룹)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을 둘러싼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 계획이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주요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까지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움직임까지 난제들로 ‘첩첩산중’이다. 일각에서는 9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는 물론 전체 사업구조 개편 무산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 주주들이 뭉쳐 주식매수청구권 카드로 반기를 들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논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6일 두산밥캣과의 주식 포괄 교환·이전 및 합병에 관한 2차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 정정은 반기보고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합병 비율은 1대 0.63으로 유지돼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두산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켜 로봇산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지만, 지나친 지배주주 이익 추종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두산밥캣과 2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간 합병 비율 문제다. 이 경우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은 실질적인 자본투자 없이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현재 13.8%에서 42%로 대폭 늘릴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두산그룹 구조 개편과 관련한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지속해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이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9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는 물론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거들고 나섰다. 박상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공정한 합병 비율 등으로 주주가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발행주식 총 수의 100분의 1 이상 주식 보유 주주가 합병 중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김현정 의원은 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상장회사 간 합병 과정에서 주가뿐만 아니라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병가액을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은 박정원 두산 회장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10월 국정감사 시기가 9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직후란 점에 주목, 재편안 결과가 주주들에게 불리하게될 경우 정치적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정정신고서 검토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부분을 면밀히 심사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정 요청을 할 것”이라며 “(증권신고서의 통과 여부는) 심사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 관계자는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라고만 짧게 대답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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