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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상시 전염병 시대

입력 2024-08-21 06:44 | 신문게재 2024-08-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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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전 세계적인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재확산 경고다. WHO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제(2023년 5월 6일)한 지 1년 3개월 만에 또 불거진 팬데믹 사이렌이다.

한 때 결혼이나 장례는 물론 학생들의 등교와 행사, 대인 접촉까지 피해야 할 정도로 우리 일상을 지배했던 코로나19 아니었던가. 후폭풍은 컸지만, 우리는 이내 마스크를 벗어 던졌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엔 또 다른 바이러스의 창궐이 예고됐다. 급속하게 발달한 의약이나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위생 수준 따위가 무슨 소용있으랴.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지구촌’으로 좁혀진 세계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인적, 물적 교류로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바이러스도 비행기와 배를 타고 대륙을 넘나드는 시대다. 14세기 페스트균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는데 10년이 더 걸렸다면, 19세기 콜레라는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불과 몇 년 만에 팬데믹이 됐다.

2002년 12월 사스는 불과 몇 일만에 전 세계 30여개국에, 2012년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는 3년 만에 한반도 침투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사망률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신생아 소두증의 지카 바이러스 등등….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바이러스들과 생존을 위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다.

전염병의 역사는 늘 의약 발전에 반비례해 왔다. 그나마 의약이 유일하게 완승한 것이 ‘우두법’에 의해 1980년 종식된 천연두 정도다. 1억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아직도 변종과 접전 중이고, 1981년 첫 발견된 에이즈나 과거 유행했던 말라리아, 매독, 결핵, 페스트, 홍역 등은 지금도 인류와 실갱이를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은 새 변종을 만들어내며 의약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한 때 인류는 항생제와 백신 개발로 감염병 소멸을 논했지만, 그것은 커다란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현대 사회는 급속한 연결과 개발로 더 촘촘해지고 자연 파괴적인 길을 향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얼마든지 대기 중이다. 지구촌 한쪽의 작은 질병조차 금세 팬데믹이 되는 시대다.

그래서였을까. WHO는 이미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앞으로 훨씬 더 자주, 더 강력하게 퍼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20세기 한 때, 의약이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창궐을 일정부분 억제했다면, 이제 억눌렸던 ‘전염병의 대규모 역습’이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나 바이러스나 살아남기 위한 본능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의 완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인지 모르겠다.

- 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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