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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커머스, ‘계획된 적자’보다 더 중한 건 재무 건전성

입력 2024-08-18 13:27 | 신문게재 2024-08-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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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자들에게 20년 정도 적자를 볼 거라고 말한다. ‘아마존: 더 비기닝’의 ‘계획된 적자’를 설명하는 영화 장면이다. 아마존닷컴이 성공하자 세상은 그것을 ‘혁신’이라 불러줬다. 몸집 불리려고 계획된 적자를 자초하는 이 같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재무 건전성과 신뢰도 등 내실 다지기로 눈높이가 향하고 있다.

현재 자구안을 내놓고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도 아마존식 전략이 실물경제를 덮치는 폭탄으로 돌변함을 보여준 사례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영업손실을 보더라도 비용 효율화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체질 개선이 급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 기준을 채우는 정도로는 안 된다. 적정한 부채 비율, 유동 비율, 채무 상환 능력의 지표인 이자 보상 비율 등 재무제표의 균형추를 잘 맞추는 건 기본이다.

판매자(셀러) 유치가 곧 경쟁력인데 셀러들이 티메프 사태의 후폭풍을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흑자 전환을 자신한 쿠팡은 그래도 해냈다. 신선식품이나 가전제품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면서 1400만 회원의 지출 규모를 키워 창사 이후 처음 ‘돈 못 버는 성장’을 끝냈다. 전반적으로는 계획된 적자에 대한 의구심이 부풀려져 있는 상태다. 한동안 용인된 적자 경영 행태가 티메프 사태라는 새 국면과 함께 혁신으로 대접받는 시대는 흘러갔다. 부실이 대규모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들통나면서 믿을 만한 플랫폼으로 거래하려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계획된 적자를 입증하는 방법 역시 쿠팡처럼 흑자전환을 하는 수밖에 없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마음만 먹으면 개선할 정도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과정에서 순위 경쟁은 치열해지고 안전하게 거래할 플랫폼 위주로 세대 교체도 이뤄질 것이다.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알리, 테무 등뿐 아니라 제조사 및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된 버티컬 커머스와도 경쟁은 가중된다.

당장 할인을 줄이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지금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력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의 재무 상태, 경영 건전성이 결국은 한국판 아마존이 될지 만년 적자기업이 될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자본력을 갖춘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 대비는 무엇보다 중한 일이다. 사이즈만 커져 수익 내는 플랫폼이 희귀한 K-커머스 생태계에 효험 있는 치료는 대증요법이 아닌 원인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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