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금융 > 정책

가계부채와 경기부양 사이…깊어지는 한은 '금리인하 고민'

美는 ‘빅컷’ 보다는 ‘베이비스텝’ 가능성

입력 2024-08-18 09:50 | 신문게재 2024-08-19 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발언하는 이창용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2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신중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200bp(1bp=0.01%포인트)로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점진적인 인하 기조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둔화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이번주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 하방위험이 크지 않은데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금융안정 측면의 우려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경기측면에서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_은행가계대출증감액추이_333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20조8000억원(7월말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5조5000억원 증가했다. 4월(+5조원), 5월(+6조원), 6월(+5조9000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매매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미국이 아직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면 한미 금리차(200bp)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자금유출 위험도 높일 수 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나 자금유출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경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폭이 ‘빅컷’(0.50%포인트) 보다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쪽으로 기울고 있다. 7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둔화됐고, 소비와 고용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미국의 9월 금리 인하폭은 0.25%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70.5%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이후 미국의 금리인하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융안정에 대해 얼마 만큼 강조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이에 따라서 향후 금리 인하폭이 결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선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은 10월이나 11월에 한차례 정도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한은이 10월에 한차례 0.25%포인트 인하해 연말 금리수준은 3.25%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대출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실제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경기나 시장측면에서 임팩트가 없을 수 있다”며 “경기를 부양하려면 대출금리가 내려가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 추세를 감안할 때 대출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