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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종묘를 지키는 길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9-05 14:30 | 신문게재 2024-09-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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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일 증명사진 (1)
정운일 명예기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는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11월 첫째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된다. 누구나 볼 수 있다. 조상 숭배를 상징하는 종묘는 궁궐만큼이나 왕조의 정통성을 드러내는 곳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발발하면 제일 먼저 신주나 신줏단지부터 챙겨,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전란 속에서도 안전하게 지켰다.


유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몸 속의 혼(영혼)은 하늘로, 백(육체)은 땅으로 떠난다고 믿었다. 죽어서 혼이 의지할 수 있도록 만든 상징물이 신주였다. 시대나 신분에 따라 모양은 다르지만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향을 3번 나누어 피우면 연기를 따라 영혼이, 술을 땅에 부으면 백이 술을 타고 온다고 믿었다. 산소 주변에 술을 붓고 기제사 때 보시기에 흙을 넣어 술을 붓는 것도 백을 부르는 의식이다.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나면 효를 상징하는 밤나무로 신주를 만들었다. 3년 상을 마치면 신주를 종묘에 모시고 제사를 올렸다. 윗면이 둥글고 아랫면이 네모난 직육면체 신주는, 혼이 드나들 수 있도록 위 아래와 앞 뒤 좌우가 통하도록 구멍을 뚫었다. 앞면에는 왕과 왕비의 묘호, 존호, 시호 등을 썼다. 평상시에는 신줏단지 안에 넣어 두었다가 제사를 올릴 때 꺼내 놓았다.

제례 절차는 어가행렬, 제관들 좌정, 신관례, 궤식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음복례, 철변두, 송신례, 망료례 순으로 진행된다. 초헌례는 조상신께 첫 번째 잔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 제사 절차는 왕이나 황사손이 올린다. 국왕도 종묘에 오면 한없이 공손하게 지극정성으로 제사를 지냈다.

조선 왕조의 정통성은 종묘에 신주가 들어오는 것이 기준이 되었다. 연산군과 광해군은 왕이었지만 반정으로 폐위 되어 그들의 신주는 끝내 종묘에 들어오지 못했다. 반면 덕종과 원종, 진종 등은 왕이 아니었지만 아들 태조가 왕으로 추존해 신주가 모셔졌다. 정전 19칸, 영녕전 16칸에 모두 모셔졌다.

제사를 모시는 공간으로는 정전, 영녕전, 공신당, 칠사당이 있다. 준비하는 공간은 재궁, 향대청, 전사청, 악공청 등이다. 종묘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신성을 더해주는 울창한 숲, 제향 등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종묘제례악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종묘제례와 제례악을 전승자를 보호하고 종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주변 환경의 유지 보존이야말로 세계유산인 종묘를 지키는 길이다.

 

정운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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