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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AI 규제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입력 2024-08-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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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요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핫’하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주목받으며 국내외 AI 관련 기업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고,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할 정도로 정책적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AI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가진 과학기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정치, 경제, 사법, 문화 등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잠재성 때문이다.

AI가 전문가와 분야에 따라 달리 정의되고 있음에도 AI의 잠재성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것 같다. 문헌을 조사해보면 AI 기술의 기본 개념은 컴퓨터 시스템이 주어진 데이터에 기반하여 인간의 지능을 모방·응용함으로써 인간 활동에 기여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이 개념이 포괄하지 못한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들은 AI의 속성과 발전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언뜻 보기에 이는 경제학자들이 으레 하는 일 같지만 사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불, 바퀴, 항해기술, 증기기관, 항생제, 전기, 냉장기술 같이 과거에 발생한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계층을 막론하고 사회 후생을 증진시켰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를 사후적으로 연구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물론, 경제학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사후적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 특정 계층에 대한 편향성이 작으면 사회 통합을 위협할 가능성도 미미하다. 따라서, 사전에 제도적으로 개입할 필요도 없었다.

AI가 과거 기술혁신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편향성이다. AI는 잠재적으로 무한 편향적이다. 제도경제학 권위자인 MIT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는 데이터 우위를 점하는 사람이 정보와 후생을 독점할 수 있고, AI가 구현한 자동화는 노동자의 숙련도에 따라 비대칭적인 생산성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지어 AI는 여론형성 과정에 개입하여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애쓰모글루는 AI 기술 발전을 무조건 독려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며, AI 발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명확한 사전규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자동화 기술과 디지털화 때문에 (고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은 증가한 반면) 저숙련 노동자의 생산성과 임금이 떨어졌고, 인기영합주의 정치인들이 이를 기회주의적으로 선동하여 제도권에 진입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그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AI 기술이 무분별하게 발전할 경우 자동화와 디지털화 이상의 사회적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럼 AI 규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효과적인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서 AI를 집행하기 전에 면밀한 AI 영향 분석을 시행해야 한다. 노동자가 수행하는 업무는 범위의 경제를 띠는 경향이 있다. 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학습효과 때문에 다른 업무의 생산성이 올라간다. 만약 AI로 인한 자동화로 노동자가 특정 업무에서 배제된다면 다른 업무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AI 개발과 집행 비용까지 고려하면 총생산성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AI 발전 방향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단순 자동화에 과잉 투자가 생기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AI를 교육에 적용할 때 채점 자동화에 투자하기보다는 학생 단위 데이터를 이용하여 맞춤형 교육을 구현함으로써 대량교육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AI가 우리 기술의 미래라는 인식 자체를 부인하고 AI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AI 기술이 회복 불가능한 시장 실패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위험에 대해 정책적 숙려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기계적으로 경쟁 시장구조를 조성하는 정책이 AI 기술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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