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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복절 메시지까지 덮어버린 ‘두 동강’ 경축식

입력 2024-08-15 13:36 | 신문게재 2024-08-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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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 기념식 영상을 본다.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이승만 박사’와 ‘김구 선생’의 모습이 눈에 띈다. 모스크바 3상회의 이후 찬탁과 반탁 대립이 극에 달하던 1주년 그 시기에서 78년이 지난 오늘이 그때보다 갈등이 덜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광복절 기념사에 담긴 대일 메시지나 윤석열표 통일 독트린보다 두 갈래로 나뉜 광복절 경축식 자체가 이슈가 됐다. 껍데기 경축식이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경제적으로는 농지개혁과 귀속재산의 불하로 식민지 경제구조를 청산하고 국민경제의 구조적 기반을 마련해야 했을 그 무렵과 광복 79주년은 상전벽해와 같다. 아쉽게도 의식은 그만큼 진전하지 못했다. 기록물들을 다시 보면 서울역에서 종로, 광화문 구간을 비롯해 전국에서 치러지는 거리 행진엔 들뜸이 있고 진영을 떠나 건져올려진 어떤 공감대가 엿보인다.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논란과 정부 역사관을 둘러싼 공방으로 여야가 각기 따로 광복을 기념한 지금은 최소한의 일치점마저 사라진 듯 보인다.

‘윤석열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나타난 분열상만 기준으로 하면 보수 중심의 반쪽짜리 행사가 되고 말았다. 광복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가 단체가 별도의 기념식을 강행한 것, 독립기념관이 개관 37년 만에 최대 행사인 8·15 광복절 경축식을 취소하는 기이한 모습까지 처음 본다. 두 동강이 난 빈자리에 지자체가 나선 것 역시 생소한 풍경이다.

지금 벌어진 일들이 역사를 바로세우는 진통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리멸렬하다. 국사편찬위원회 등 역사기관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이 일본 우익의 식민지배 합법화 흐름에 부화뇌동하며 역사 수정 움직임으로 회귀한다면 물론 용납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던 ‘이념전’이 역사 정체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건 절대 아니길 믿는다. 광복절 행사 논란에 올라타 국가 지도자를 일제 앞잡이로 비하하는 막말 선동 역시 용납돼서도 안 된다. 이보다 더한 분열 사회가 펼쳐진다면 끔찍스럽다.

케케묵은 얘기 같지만 그래도 비교할 건 경제다. 1959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81달러, 1961년 82달러이던 나라가 작년 GNI 3만6194달러로 일본을 넘고 G7 수준을 넘보고 있다. 그때와 또 달라진 거라면 순국선열 희생을 되새기는 대승적 결단도, 국민 통합을 다짐하는 광복절다운 행보도 없었다는 점이다. 지극히 뜻깊은 날의 의미가 퇴색된, 이렇게 당혹스러운 광복절은 국민도 처음 봤을 것이다. 내년이 광복 80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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