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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경고에 정치권 압박까지…두산, 합병비율 수정할까

입력 2024-08-13 06:40 | 신문게재 2024-08-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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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당사옥 전경. (사진제공=두산)

 

두산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주주들의 날선 반발에 금융감독원이 사업 재편에 제동을 걸었고, 다시 두산그룹이 합병 비율 고수 입장을 내면서 금융감독원의 추가 제동까지 예고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증권신고서 통과 여부를 앞두고 합병 자체 무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상황에 따라 증권신고서 통과를 막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금감원이 두산의 합병 비율 변경을 직접 요구하기 어렵게되자 법적 절차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 것이다.

핵심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합병 비율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6일 제출한 정정신고서에서도 1대 0.63이라는 원안을 고수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지난해 1조원의 흑자를 낸 두산밥캣과 1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상장사 합병의 경우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돼 있어, 시장에서 두산로보틱스를 고평가한 반면 두산밥캣은 저평가되면서 이 같은 비율이 정해졌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를 다시 요구하더라도 두산이 현 수준의 합병 비율을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합병이 일반 주주들의 이익 침해 우려에 주목하고 있고, 일부 증권사는 두산밥캣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을 반영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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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치권에서는 ‘두산밥캣 방지법’ 발의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병가액을 정하고, 기업이 그 가액이 공정하다는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제382조의 3을 수정하는 개정안은 야당을 중심으로 여럿 나온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두산그룹은 9월 하순으로 예정된 주주총회 개최는 물론 사업구조 개편안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은 다음달 25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재편안 의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이 일정 역시 불투명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계의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는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9년 국정감사에서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란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이와 함께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해결 과정이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성 제고와 기업 가치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소재란 평가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요구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합병 비율 수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향후 두산그룹이 금융당국과 주주,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지 주목된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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