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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자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8-22 13:01 | 신문게재 2024-08-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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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명예기자

초등학교 1학년 손녀가 “할아버지는 잘난 척 한다”고 말한다. 주관이 뚜렷하다고 해야 할까, 버릇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앞 뒤 감정이 뒤섞여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아이 얘기를 듣고 반성했다. 누구나 가깝게 지내려면 가르치기보다는 들어줘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말도 두번 이상하지 말고,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젠 모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니 만날 시간이 없다. 어쩌다 만나면 스마트폰에 푹 빠져 함께 즐길 상황도 아니다.

할아버지가 대접받던 시대는 지났다. 그들이 다가오길 기다리면 더 외로울 뿐이다. 내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자. 세대가 다른 사람이 모이면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지만, 그 뒤에는 눈총과 험담이 돌아온다는 점을 기억하자.

대접받기보다는 그들의 관심사에 공감하며 웃어주자. 부탁하듯 말하면 더 가까워진다. 말보다 행동과 실천이다. 제 역할 못 하고 엉뚱한 곳에 있으면 죄다. 마음이 너그러워야 존경받는다. 나잇값을 못 하면 항상 외롭다. 외롭지 않으려면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어른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관심 밖의 사람이 된다. 나보다 스마트폰을 더 좋아하는 손주들과 함께 할 때가 지났으니 다른 궁리를 찾아야 한다.

내 훈육 방식은 확실히 시대에 뒤떨어졌다. 요즘 젊은이들이 경험과 지혜는 부족하지만 신지식은 월등히 앞선다.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로 걱정과 불안에 싸여 있을 때 통찰력과 안목을 심어 주는 일이 나의 역할이다. 노년에 가장 좋은 친구는 배우자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미소 짓는 게 행복한 부부다. 상대가 내 마음을 모르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나이가 들면 나약해지면서 성격이 자기중심적이 된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로 아내를 힘들게 하는 노인을 목격한다. 아내가 야단칠 때 말대답하거나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는 남자는 ‘간 큰 남자’라고 한다. 남녀 위치가 바뀐 시대 대표적인 시리즈다. 지금도 가부장적인 사고로 부부생활을 한다면 큰 착각이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다.

노인의 경험이나 지혜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세상을 더 살았다고 아는 체하면 시대의 착각이다. 적자를 늘리는 귀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었다. 오히려 젊은이에게 묻고 배워야 할 일들이 늘어났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 많은 노인이라도, 빠르게 변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새롭게 배워야 한다. 세월은 빠르다. 하늘에 흰 구름이 오늘 따라 바람처럼 지나간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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