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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출 성장세-내수 회복세’ 끊어진 고리 이을 때다

입력 2024-08-11 14:04 | 신문게재 2024-0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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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반도체와 자동차가 합작한 수출액만 해도 543억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수출액 증가에 따르는 이윤 증가는 임금과 배당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소비 증가 요인이 된다. 수출은 대외 수요의 증가를 의미하고 국민소득으로도 연결된다. 그런데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가 끊어져 있다.

내수 시장 곳곳은 파열음이다. 수출 실적 자체에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예컨대 7월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13.9% 오른 게 기저효과라는 식이다. 하지만 세계 5위 수출국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가져볼 만한 전체 흐름 아닌가. 호조를 보이고 물가가 2%대 안정세인데 재화 소비는 9분기 연속 줄어 경기 개선을 막는다. 국민계정 회계상 경상수지 흑자(=국민소득-내수지출) 지속은 경기 비관론 확대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눈여겨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같은 분기보다 2.9% 떨어졌다.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 생산은 1년 넘게 감소 국면이다. 고금리와 고물가를 빼놓고 왜 그런가를 분석하긴 어렵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에서 민간 소비가 성장률을 0.1%p 하향시킨 건 이미 경험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주 수정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미약한 내수 회복이 지속되면 경제 성장률 눈높이는 조절될 수밖에 없다.

민간소비와 투자 감소의 내용 자체도 좋지 않다. 대외 수요가 높으면 수출품과 중간재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 수요가 증대돼야 정상이다. 그런데 설비·건설투자는 반등은커녕 마이너스 기여도를 보이는 중이다.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렇듯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에 광범위하게 미친다. 금리 인하 시점이 역시 주요 변수다. 10월쯤 금리 인하를 시작해도 온전한 내수 반영에 최소 반년은 소요된다. 파급의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할 것 같다.

수출과 내수의 끊어진 고리를 잇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너무 인위적인 내수 자극 정책은 물가 압력을 높인다. 대규모 내수 부양은 자칫 인플레이션 안정세를 흔든다. 성장에 급급해 재정과 금융을 남발하는 고성장기 타성도 이롭진 않다. 물가만 치솟고 깜짝 성장에 그쳐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세가 물가 교란 요소가 되지 않게 유의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버팀목인 순수출이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 기여하도록 연관관계의 고리를 이어야 한다. 이것이 주요 정책 목표가 돼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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