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ife(라이프) > 액티브시니어

[액티브 시니어] 등대 같은 역할을 하라

<시니어 칼럼>

입력 2024-08-15 13:51 | 신문게재 2024-08-16 1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4071501001020500045541
손현석 명예기자
바닷가 곳곳에 등대가 서 있다.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져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소중한 추억을 남긴다. 하지만 등대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라고 세워 놓은 것이 아니다. 배들의 안전을 지켜 주기 위함이다.

등대 표면에는 빨강, 하양, 노랑 등 여러 색깔이 칠해져 있다. 예쁘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다. 배들이 색깔을 보고 안전하게 입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빨강은 항구 오른편에 장애물이 있으니 왼편으로 입항하라는 표시다. 하양은 그 반대다. 두 색깔의 등대가 나란히 선 곳도 있다. 사이로 들어오면 안전하다는 표시다. 드물게 선 노랑 등대는 주변에 암초와 장애물이 많으니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다.

등대는 이처럼 묵묵히 제 자리에서 배들을 지켜 준다. 캄캄한 밤에도 커다란 전등을 켜놓고 등대 색깔을 분별할 수 있게 해준다. 밝은 것은 약 43km 밖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만일 등대가 서 있어야 할 곳에 없든지, 외형을 울긋불긋하게 칠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 캄캄한 밤중에 등대 불을 켜놓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배들이 바다에서 방황하든가, 무리하게 입항하다 침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풍랑이 이는 바다처럼 무질서하다. 정치인과 경제인, 심지어는 종교인들까지 무질서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방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서로가 편을 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은 채, 제 편이 원하는 대로만 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원하는 대로 안 해주면 온갖 비난을 퍼붓고 모욕을 주며 사회에서 매장하려 든다.

이렇게 질서와 정의가 무너져 버린 이유는, 사회를 주도하는 각계 각층 인사들이 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대중을 이용해 자기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파렴치한 근성을 가진 인사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일까. 바로 등대와 같은 지도자들이다.

외롭지만 꿋꿋하게 제 자리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려는 대통령, 국민이 편안하게 살도록 밤낮으로 일하는 국회의원들, 내 편·네 편 없이 불편부당하게 법을 지키며 정의의 파수꾼이 되는 법관들, 회사를 발전시키고 국가경제를 부강하게 만들려 쉴 틈 없이 수고하는 경제인들,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옳고 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종교인들.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사람들만 등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고 멋있는 등대들도 있지만, 작고 아담한 등대들도 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작은 등대 같은 역할이라도 감당하며 산다면, 이 사회의 어둠과 무질서가 사라지고 밝고 아름다운 모습이 조금이라도 회복되지 않을까.

 

손현석 명예기자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