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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정책당국의 메타인지 능력이 절실하다

입력 2024-08-1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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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부교수

최근 사교육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메타인지’이다. 메타인지가 높아야 공부를 잘한다는 사교육 전문가의 말에 메타인지 학습법을 다룬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메타인지 단어가 들어간 책과 학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플라벨(Flavell)이 내린 정의에 따르면 메타인지란 인지과정에 대한 인지 능력이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메타인지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다.

초·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메타인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메타인지가 뛰어날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때 ‘문제’를 ‘시험문제’로 좁게 해석하여 홍보한 결과이다. 그러나 사실 메타인지는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본인의 한계를 이해하고, 이 한계를 극복해야만 성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메타인지 능력은 성장을 이루려는 국가에게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국가의 성장 및 발전 여부는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능력, 한 마디로 정책당국의 메타인지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정부가 제시했던 정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메타인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 7월 초 정부가 ‘요일제 공휴일’ 제도의 도입을 검토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요일제 공휴일 제도는 법정 공휴일을 ‘몇 월 몇 번째 무슨 요일’로 지정하여 운영하는 제도이다. 법정 공휴일을 월요일이나 금요일로 지정하게 되면 주말과 공휴일이 연달아 있게 되어 연휴가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여행과 소비가 늘어나 내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도입을 검토하는 근거이다. 그러나 길어진 연휴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긴 연휴기간은 통상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일본 등 거리상 가까운 주변국의 화폐 가치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요일제 공휴일 제도가 도입된다면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정부가 기대하는 내수 진작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역시 정부의 메타인지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최대 주 69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였는데, 현행 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의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등으로 다양화하여 일이 많을 땐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을 땐 근로시간을 줄여 휴식을 취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는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저출산 현상의 심화가 그것이다.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과 출산율은 부(-)의 관계, 즉 반대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국가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면 출산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출산율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내수 진작을 위한 요일제 공휴일 제도, 효율적 노동시장을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등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러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수단을 사용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정부는 지금보다 더 면밀히 따져보고 분석해야 한다. 요일제 공휴일 제도가 과연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지, 근로시간 최대 주 69시간 제도가 정부의 다른 정책 목표와 상충되지 않는지 등에 대해 정부는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는 제도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 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 정부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60년대 말 운전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미국에서 도입한 안전띠 착용 의무화 규제를 예로 들어보자. 이 규제의 시행 후 실제로 미국의 운전자 사망률은 줄었으나, 의외의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안전하다고 느낀 운전자들이 예전보다 부주의하게 운전하여 결과적으로 사고율과 보행자 사망률이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어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때 제도의 시행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의 메타인지는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행하려는 정책 수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정부 스스로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메타인지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에게도 필요한 능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진영 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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