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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정산기한 40일 단축’ 대책… 실효성 있을까

대부분 오픈마켓 정산기일 40일보다 짧아 의미 퇴색
쿠폰·프로모션 마케팅 제한...유동성 풍부한 업체에 유리

입력 2024-08-09 06:00 | 신문게재 2024-08-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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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해결책은<YONHAP NO-4616>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의 모습. (사진=연합)

 

정부가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이커머스의 정산기한을 ‘40일 미만’으로 단축하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관련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오픈마켓의 정산기일을 최장 40일 이내로 의무화하고, ‘돌려막기’를 방지하기 위해 입점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정산대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품 중개 업무만 하는 탓에 거래 당사자가 아닌 오픈마켓의 특성상 일반 유통업자(60일)보다 더 짧은 정산기일을 적용해 원활한 정산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쿠팡과 컬리처럼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동시에 운영하는 업체들의 경우, 직매입은 기존 60일 내 정산(위탁판매는 40일), 오픈마켓은 최장 40일 내 정산 규정을 각각 적용받게 된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에 대해선 기존대로 사업자 간 계약으로 정산기한을 정하는 방식이 유지된다. 다만 이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기관이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전자금융거래법에 새롭게 추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커머스 업체와 PG사 모두에 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판매 대금을 ‘쌈짓돈’처럼 전용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조치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대책이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티몬·위메프를 제외하면, 대부분 오픈마켓의 정산주기가 정부의 방안(40일 미만)보다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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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1번가, 무신사, 지그재그 등 일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정산 계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에스크로 시스템은 셀러와 소비자간 거래가 종결될때까지 판매대금을 금융기관 같은 제3의 기관에 예치해 두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의 조치가 이커머스 업계의 ‘빈익빈부익부’만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통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미리 한두달 규모의 판매자금을 활용해 쿠폰 발급·할인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에 사용한다. 하지만 판매대금을 아예 별도로 운용할 시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걸리게 되고, 중소 이커머스 업계는 유동성이 풍부한 경쟁사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남선 네이버 CFO는 최근 자신이 SNS에 “소비자유통업계는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주기보다 재고 구매와 매입채무 상환 주기가 길어 생기는 ‘무이자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대다수”라며 “쿠팡과 아마존처럼 이를 잘 활용하ㅣ면 물류망 확장·고도화, 전략적 머천다이징 등 소비자 편의와 후생을 증진시킨다”고 짚었다.

정부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적용 유예기간을 설정해 업체가 적응할 시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티메프는 판매자 정산대금을 이용해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한 까닭에 이번 사태가 난 것”이라며 “돌려막기를 금지하기 위해 법으로 규정한다면 규제 범위와 대상을 기업 규모 별로 나눠서 적용하는 방법도 정부가 고려해야 할 쟁점”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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