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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공룡 구조조정 칼바람에 K-팹리스 ‘초비상’

인텔·인피니언·온세미, 경영난에 인력 감축 들어가
팹리스, 운영비 대부분 인력 비용…감원 가능성 커
"10년 후까지 이렇게 많은 반도체 인력이 필요하단 보장 없어"

입력 2024-08-08 06:28 | 신문게재 2024-08-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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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 해고
생성형AI를 통해 제작한 ‘반도체 인재 해고’.(이미지=챗GPT4o)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이 잇따라 인력 감축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도 안전지대가 아니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자생력이 약한 반도체 설계 업체들을 중심으로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텔이 올 연말까지 인력의 15%를 감원한다. 약 10만명의 임직원 중 1만5000명 안팎의 인원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셈이다.

인텔에 이어 독일 인피니언도 인력 감축에 들어간다. 인피니언은 전세계 인력 1400명을 줄이는 한편 고임금 지역 직원 1400명을 저임금 국가로 전환 배치한다. 인피니언의 전체 직원은 약 5만8600명으로, 전 직원의 4.7%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앞서 미국 온세미도 전세계 직원 1000여명 감원 계획을 내놨다. 감축 이후 글로벌 9개 작업장을 통합, 정규직 3만명 중 300여명을 재배치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들 기업이 각 분야에서 점유율 기준 두 손가락 안에 든다는 점이다. 인텔은 CPU(중앙처리장치) 1위, 인피니언은 차량용 반도체 1위, 온세미는 전력반도체 2위다. 인텔은 역대급 어닝 쇼크, 인피니언과 온세미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둔화의 직격탄이다.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만만치 않은 긴장감이 흐른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몇 몇 대기업 외에는 현재 인력을 유지하지 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반도체 설계 업체의 경우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 소재나 장비 등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메모리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제조업과 달리,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는 급여가 예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감원 외 비용 절감 방법이 사실상 없다.

팹리스처럼 개발자가 운영 비용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사의 예시가 현 상황을 설명한다. 최근 국내 굴지의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100명 안팎의 임직원의 계약을 종료시켰다. 이날 기준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3조7366억원으로 국내 최대 팹리스인 LX세미콘(1조1222억원)의 3배가 넘는다.

게다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불안정성도 설계 업계의 감원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다리 역할을 담당하는 디자인하우스 업계는 이미 버티기 모드다. 주요 고객과 파운드리가 직접적으로 칩을 제작하는 탓이다. 톱 다운 방식으로 디자인하우스에 주문을 내려주는 대만과 달리 한국에서 디자인하우스는 영업사원과 다름없다.

AI반도체 업체들도 올해와 내년 중 일제히 칩을 양산하게 되면 옥석 가리기에 나설 운명이다.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경우 인력을 가장 먼저 줄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꾸준히 경고를 해 왔다. 설계 인재를 키워놨지만, 미래에는 AI반도체 붐이 식으며 취직할 업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AI칩 업체들을 위주로 주가가 급락하며 AI 거품론이 일고 있다.

권호엽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금은 반도체 업계가 확장되고 있어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10년 후까지 이렇게 많은 반도체 인력이 필요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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