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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곤의 증시산책]증시 패닉과 장자도의 이민위천

입력 2024-08-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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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하는 코스피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o을 통해 생성한 ‘급락하는 코스피’ (이미지=DALL E3, 편집=이원동 기자)
‘백성의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얼마 전 찾은 군산 장자도 한 작은 식당 간판에 적힌 문구다. 눈으로 읽다가 카메라에 담았다. 선유도 무녀도를 거쳐 장자도에서 일순 상념에 잠겼다. 해물라면을 주로 파는 식당의 간판의 문구, ‘백성의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올 여름 짧은 여행의 한 울림이었다. 숨겨놓은 주어(主語)가 무릎을 치게 했다.

▶“천하에 왕 노릇을 하는 사람은 백성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백성은 양식을 하늘처럼 떠받든다.(王者以民人爲天 民人以食爲天)” 한나라 고조 유방의 책사 역이기는 ‘관자(管子)’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인용, 식량창고가 있는 오창(敖倉·지금의 허난성 룽양현 동북쪽 지역)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유방을 설득했다고 한다. 되짚어보면 식량이 있어야 백성이 있고 백성이 있어야 왕이 있고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왕이민위천 민이식위천(王以民爲天 民以食爲天)’ ‘이민위천(以民爲天)’의 표현으로 지도자 혹은 지도자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입에 담는다.

▶증시가 패닉 상태다. 4년5개월여만에 유가증권·코스닥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주식거래중단)가 5일 발동했다. 투자자들은 ‘블랙 데이(Black Day)’의 공포에 떤다. 밖으로는 미국경기 침체 우려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계감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킨다. 안으로는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4959조원에 달하는 민간부채(가게+기업)가 언제 터질지 몰라 가슴을 졸인다. 대내외 시장 환경이 암울하기 그지없다.

투자자들이 공포의 포로가 된 탓에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 장세가 연출될 소지도 있다. 지금은 증시 바닥을 섣불리 예상해서는 안될 것 같다. 바닥과 지하를 예단해서 투자전략을 세우기 보다는 소나기 아니 폭풍우가 그친 걸 확인한 다음에 현금자산을 투입하는 걸 고려할 때이다. 정부도 금융시장이 큰 변화를 보이는 변곡점에 있다며 시장 리스크에 대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책·통화당국도 기업도 개인투자자도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요구되는 때다.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 개미투자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구성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내 손안’의 먹을 것을 비축(현금비중확대)하는 것과 ‘내 손밖’의 먹을 것을 욕심(주식비중확대)내는 것 간의 비율조정과 균형감이 필요하다. 시장이 최소한 진정되면서 합리적인 예측가능성의 길이 보일 때 까지 ‘내 손안의 것’을 수성하는 게 낫다. 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공포)’의 실체화 여부가 확인될 때 까지는 말이다. 누구는 “워낙 단기 급락중이라 추격 매도에는 실익이 없다”며 기존 주식의 보유전략을 얘기한다. 누구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고(매수자제) 무딘 칼을 버리라(주식 현금화)”고 말한다. ‘내돈내산’인지라 자기책임아래 매매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누구의 덕을 볼지도, 누굴 탓할 지도 자기 결정의 결과다. 현 공포장세에서 어느 증권사, 어느 애널리스트가 어떤 투자관을 제시하는지 체크는 하면서 말이다.

▶정치인, 정치 자영업자들도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다. 자산증식의 마당으로 삼는 이들도, 1400만 개미 투자자들의 자기 지지층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을 터다. 최근 상장사 이사 충실의무와 관련해 다양한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초점은 이사 충실의무에 ‘주주의 이익’을 추가하느냐 마느냐이다. 정부와 기업, 여야가 이해관계가 다르고 가치판단 및 조율과정에 틈이 있는지라 쉽게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시행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도 개미 표심을 계산해 여야가 줄다리기중이다. 기관과 개인간 공매도 조건의 형평성, 증권거래세 인하문제, 기업 밸류업(부스트업)의 현실적 대책 등 정책·제도적으로도 증시 안정을 위해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게 적지 않다. ‘백성의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책경쟁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이 ‘백성의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의 주어라고 생각한다면. 전쟁은 정쟁은 개미의 피만 흐르게 한다.



명재곤 기자 daysunmoon41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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