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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급락에 내부비리까지…역풍 만난 두산 구조개편

입력 2024-08-02 06:44 | 신문게재 2024-08-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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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분당타워 전경. (사진제공=두산)

 

두산그룹의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이 시작부터 난관에 빠졌다. 최근에는 재무 부담 가중에 신뢰도 하락까지 겹치면서 그룹 전반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우선,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 급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마저 배임 논란 회피용 매수청구권 행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기에 두산밥캣코리아 임원들의 대규모 배임 혐의까지 불거지면서 그룹 전체가 심각한 역풍에 휘말린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달 11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병합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 향상과 두산로보틱스와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적 결정이었다. 하지만 발표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 급락에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2만890원의 90% 안팎으로, 주주들의 권리 행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초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 매수 한도를 6000억원으로 설정, 현금성 자산을 대부분 소진한 만큼 전체 주식의 4.5%인 약 2872만주만 매수 청구가 들어오더라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될 수 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두산에너빌리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다.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6.78%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두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은 무산된다.

더 큰 문제는 두산밥캣코리아에서 수십 명의 전·현직 임원들의 배임 혐의가 적발되면서 기업 신뢰도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달 26일 두산밥캣은 내부감사 결과 배임 혐의를 확인하고 현직 임원 4명에 대한 해임을 공시했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제반 과정에 대해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준법통제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여기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1대 0.63주)을 두고 소액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는 기업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두산밥캣과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청한 상태며, 오는 9월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건 찬반 투표가 진행된다.

두산그룹으로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9월 25일~10월 15일) 이전까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최근 15년 만의 원전 수출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주들의 반발과 내부 비리 문제, 그리고 주가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그룹의 미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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