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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상표권만 따면 끝이라고요?

입력 2024-08-01 14:04 | 신문게재 2024-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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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상표법 역시도 마찬가지다. 상표법은 상표권 위에 잠자는 상표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보다는 출원을 먼저 한 사람이 상표권을 차지한다. 이러한 선출원주의를 악용하여 진정한 사용자가 아닌 브로커가 판을 치기도 하고, 진정한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상표의 사용이나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음에도 버젓이 상표권자로 보호를 받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사용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 등록 이후라고 하더라도 상표권은 소멸될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출원주의를 택한 나라들도 출원주의의 폐단을 보완하기 위한 사용주의적 요소들을 제도화하거나 심사 과정에서 많이 반영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상표권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상표권을 잘 관리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상표권은 어느 새 유명무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에서 자주 다룬 보통명칭화된 상표들도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불닭, 초코파이, 드라이아이스, 앱스토어, 요요, 매직블럭 등 이들 상표는 본래는 특정인의 상표로 독점 가능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상표가 되었다. 최근 상표권 분쟁 리스크를 크게 안고 있는 그립톡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표권자가 된 이후라도 자신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쓰는 자들에게 열심히 경고장도 보내고, 이 상표가 상표권을 확보한 상표임을 열심히 알려야 한다.

‘불닭’ 상표는 2000년에 이미 상표 등록된 브랜드였지만, 정작 2004년 매운 닭요리가 붐을 이루게 되었을 때 이를 ‘불닭’이라는 메뉴명으로 판매하고 있는 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상표권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상표권자가 분쟁을 제기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상표권 분쟁에서 법원은 이미 불닭이라는 명칭이 요리 이름으로 관용표장화됐다고 판단하여 다른 업체가 ‘불닭’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특허청은 관용표장화를 막으려면 상표권자가 브랜드와 상품명이 명확히 구별되게 브랜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타인이 무단으로 내 브랜드를 상품명처럼 사용하면 신속히 상표권 침해 금지를 청구하거나 필요할 경우 침해에 의한 손해 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소송까지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용증명으로 경고장을 발송하여 상대방에게 침해 사실을 인지했음을 분명히 알리고 향후 분쟁의 중요한 포석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필자 사무소의 고객사들도 이런 경우를 종종 겪고 있다. 한 고객사는 미쉐린 음식점으로 매년 선정될 뿐만 아니라, SNS에서 핫플로 소문난 곳이지만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버젓이 유사한 상표가 공존 등록이 되어 있거나 사용하고 있어도 법적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필자가 이런 사례들을 들어 고객사를 설득하여 현재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마음이 바뀌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어졌을 때 상표권이 무력화 되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니 다시 기억해야 한다. 상표법은 상표권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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