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생활경제 > 식음료 · 주류

4년만의 우유 원유값 동결에도 웃지 못하는 유업계

생산자·유업계, 물가 상황 고려...원유값 동결 합의
소비감소 추세 고려해 음용유 구매량도 사상 처음 축소
‘밀크플레이션’ 우려 덜었지만, 흰우유 사업 여전히 적자

입력 2024-08-01 06:00 | 신문게재 2024-08-01 8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4070401000368200015211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유제품. (사진=연합)

 

유업계와 낙농가가 동결과 인상을 두고 한 달 넘게 협상을 이어온 끝에 올해 우유 원유값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유업계는 당장 한시름 덜었지만 국내 흰우유 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든데다, 외국계 멸균 우유 공세가 점점 거세지면서 쉽게 웃지 못하고 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는 원유값을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흰 우유 원료인 음용유용 가격은 ℓ당 1084원으로 동결하고, 치즈와 분유 재료인 가공유용은 ℓ당 887원에서 882원으로 5원 인하했다. 가격 인하는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낙농가는 매년 증가하는 생산비로 인해 원유 기본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최대 폭인 26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물가 상승을 우려해 낙농가와 유업계가 동결로 합의했다. 원유값이 동결된 것은 2020년 이후 4년여 만이다.

 

24073114

원유 가격이 동결됨에 따라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도 흰우유 가격을 동결할 계획이므로 소비자 가격 역시 인상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유업계는 국내 우유 소비가 줄면서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원유값 외에도 원자재값, 인건비, 물류비 등은 지속적으로 올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5만 톤(t), 2022년 441만 톤, 지난해 431만 톤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반면 멸균유 수입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물가에 식품·외식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 멸균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멸균유 수입량은 지난 2017년 3000톤(t)을 넘었고, 2022년 3만2000t으로 약 10배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3만7000t으로 증가했다. 올해 수입량은 상반기에만 2만7000t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르면 2026년부터 수입 유제품에 무관세(관세율 0%)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국내 유업체의 입지는 더 좁아질 예정이다. 올해는 원유값이 동결됐지만, 국내 우유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해 이미 수입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 인기<YONHAP NO-3186>
서울 한 대형마트의 품절 안내문이 붙은 수입 멸균 우유 코너. (사진=연합)

 

이에 유업계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외국산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소화가 쉽다고 알려진 ‘A2 원유’를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4월 ‘A2+(플러스) 우유’를 출시했고,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원유를 A2 원유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세유업도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A2단백우유’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 A2 원유를 40% 함유한 단백질 음료 ‘세브란스 A2프로틴’을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2018년 단백질 음료 ‘셀렉스’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식물성 귀리유 ‘어메이징 오트’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양유업은 2022년 선보인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을 앞세워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올해 원유값이 동결됐어도 흰우유 사업은 모든 유업계가 다같이 적자”라며 “흰우유 가격은 동결돼도 가공우유 제품은 일부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