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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전철 밟는 IT 기업] 오너리스크와 국내 기업의 과제 <하>

입력 2024-07-30 06:19 | 신문게재 2024-07-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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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챗GPT4o를 통해 생성한 ‘비윤리적인 행위로 얼룩진 기업’.

 

‘오너 경영’의 장점으로는 단연,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과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렇게 오너의 판단력에 힘입어 성공한 ‘오너프리미엄(owner premium)’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오너리스크(owner risk)’로 홍역을 앓고 있는 기업도 있다. 최근 토종 IT 기업 수장들이 검찰 소환에 오르거나 구속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브릿지경제는 국내 IT기업의 ‘오너리스크’ 사례와 문제점들을 2회에 걸쳐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는 투자자, 임직원 그리고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김범수 카카오 위원장 구속 당일, 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5.36% 하락한 3만 8850원으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4만원 선이 무너졌고, 29일까지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는 마이데이터사업과 비금융신용평가업 등 신사업 허가 심사가 보류됐다. 한컴도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과 인수합병(M&A) 전략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너가 기업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고, 기업 차원에서는 위기관리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오너 한 명만 잘하면 된다’는 오너 의존적인 자세를 넘어 사회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은 카카오처럼 소수 지분으로 다수 계열사를 거느리는 1인 독점 체제가 많다. 반면 미국 선진 기업은 계열사들이 독립적인 기반과 별도의 주주를 갖추고 있으면, 브랜드 로고를 쓰는 자회사에게 로열티를 받고 투자 지분만큼 배당받는 선에서 그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자회사들을 다 관할하려고 하고, 그것을 후계자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지 고민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그룹 내에서 연쇄적으로 계열사에 지분 투자를 하는 순환출자가 문제다. 순환고리 형태로 유지되니 정점에 있는 오너가 모든 계열사를 컨트롤하는 형태”라며 “결국에는 삼성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 폐해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오너리스크를 방지를 위한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너십이 강한 기업에서는 이사 선임에 오너의 입김이 작용해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이 어렵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주근 리더스 인덱스 대표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 상법 382조 3항에 따르면 이사회의 회사에 대한 책임만 강조하는데,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도 넣어야 한다. 그러면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자본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 이러한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미국과 유럽처럼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의 기업은 이미 지배구조 투명화가 정착됐다. 물론 해외에도 가족 기업은 있으나, 한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박 대표는 “한국은 가족 기업으로 운영하고 싶으면서, 자본은 자본시장에서 가져오고 싶고 상장도 하고 싶고 자본시장의 개인 주주들 투자도 받고 싶어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법을 강화하면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으로 옮길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오히려 현재와 같은 경영 방식이면 미국에서는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1년 분식회계로 몰락한 ‘엔론’ 사태를 예로 들며, 미국의 엄격한 기업 법규를 상기시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ESG 경영을 한다고 포장만 했지, 그간 환경(E)에만 중점을 뒀다며 거버넌스(G)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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