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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근무시간 늘리는 한국기업

입력 2024-07-28 14:33 | 신문게재 2024-07-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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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지난 6월 사업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이 다소 느슨해진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주4일제’와 ‘유연근무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또한 SK텔레콤 임원들은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해피 프라이데이’(Happy Friday)에도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임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식으로 위기경영 태세를 강화했고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도입한 ‘격주 놀금제’를 반년 만에 폐지했다. 2019년 전면 주 4일제를 도입했던 교육 전문기업 에듀윌은 올해 비상 경영에 돌입하며 일부 부서를 주 5일제로 되돌렸다.

국내기업이 근무시간과 근무일수를 점차 늘이는 반면 유럽과 미국, 일본은 주 3일제를 운영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무려 50개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실증 실험이 시작됐으며 독일 철도는 2029년까지 단계적인 주 3일제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철도 공사의 한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에게 일률적인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항공사인 ANA(전일본공수)은 2023년 모든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주 2일만 근무해도 되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주2일 근무 신청은 아이를 키우거나 부모를 돌보는 경우는 물론 지방에 이주해 거주한다거나 부업을 하려는 목적도 모두 허용된다.

근무시간이 늘어나면 노동생산성이 올라갈까? 지난 2020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만 19세 이상 성인 임금근로자 38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주당 근무시간이 증가할수록 노동생산성 손실이 점차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왜 국내기업은 근무시간을 늘리려고 하는 걸까? 윌리엄스, 레이드 등의 미국학자들은 “사실상 근무시간의 연장은 일종의 ‘퍼포먼스’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즉 조직 내 근무태도나 기강을 바로잡고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로 보이기 위한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통제감의 환상’(illusion of control)도 주요 원인이다. 통제감의 환상은 현실적으로 할 수 없거나 통제의 권한이 없는 무엇인가에 대해 통제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의미한다.

예컨대 내가 응원하는 팀이 꼭 이기는 것처럼 내가 나서면 경영 위기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말한다. 이런 환상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고 행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성과와 시간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 4일 근무를 실험해 봤더니 직원 1인당 생산성이 40% 향상되고 직원 만족도는 94%를 기록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양적으로 근무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닌 ‘아웃풋’을 만들어 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효과적인 협업을 이끄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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