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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R&D 투자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입력 2024-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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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의 총 R&D 투자금액은 약 112조 64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3% 증가하였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금액 비중이 약 5.21%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

2022년 우리나라 R&D 투자규모를 간략히 살펴보면, 연구수행 주체별로는 기업이 79.4%, 공공 연구기관이 11.5%, 그리고 대학이 9.1%를 점유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별로는 기초연구가 15.0%, 응용연구가 19.9%, 개발연구가 65.0%를 점유했다. 그리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중 매출액 상위 10개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약 40.3%를 점유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비중은 약 61.7%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R&D 투자는 우리나라 연구 및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 논문 점유율 및 우수논문 생산비율(상위 30% 논문 대비 상위 1% 논문 비율) 등도 연도별로 증가하였으며 산업에 직접 활용되는 기술 생산과 수출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동아 사이언스, 2024년 4월 24일).

그러나 이러한 절대적 성과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요국과 비교하였을 때 R&D 투자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있었다. R&D 투자 100만 달러당 특허건수는 2019년 현재 0.030건으로 OECD 37개국 중 11위 수준이며 R&D 투자금액 대비 지식재산용료 수입 비중도 2018년 현재 9.9%로 OCED 평균 27.7%에 크게 못 미치고 있었다(지식재산뉴스, 2022년 4월 22일). 주요국 대비 R&D 투자 성과 미흡에 대해 일부는 “코리아 R&D 패러독스”라고 지적을 하고 있다(최민철, 2024).

단계별 투자형태를 보면 기초연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미국 및 일본 등도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기초연구의 비중이 2021년 현재 약 23.0%로서 매우 높은 편이다(이새롬·한웅용, 2024).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개발연구에 비해 기초연구는 성과가 장기에 걸쳐 나타나지만 지식확산(knowledge diffusion)의 파급효과가 큰 편이므로 양(+)의 외부효과(externalities)가 있다.

그런데 2022년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기초연구 비중은 약 23.6%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기초연구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R&D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기업 등 규모가 큰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대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대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가 시장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생산물 시장 왜곡(product market distortion)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슘페터(Schumpeter)는 연구개발 투자가 대기업들에 의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지만 애로우(Arrow)는 오히려 시장에 신규로 참여하는 중소기업(small entrant)들이 기존 대기업들(big incumbent)을 대체하는 효과(replacement effect)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혁신 및 경쟁의 정도 관계가 역 U 커브 형태(inverted U shaped)를 띠고 있다고 한다(Aghion et al., 2005). 초기에는 경쟁의 정도가 심화되면 혁신의 정도가 강화되고 경쟁의 정도가 어떠한 수준을 넘게 되면 혁신의 정도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 정도가 어떠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들의 신규 시장 참여를 통한 경쟁의 심화는 혁신 정도를 강화시킬 것이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중소 및 벤처기업들의 기업부문 연구개발비 비중이 각각 10.5% 및 13.8%로 전체의 24-25% 수준이다.

혁신적인 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정도가 약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존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며 혁신의 정도가 강한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신규 기업들의 시장참여를 독려하고 이들 기업들의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업 연구개발비 중 서비스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12.5%로 미국(36.9%), 독일(14.4%), 프랑스(48.2%), 영국(60.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후반부터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한 편이다.

주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생계형 저부가가치 산업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인데 과거 여러 정권에서 의료, 교육 등의 지식기반형 서비스 산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의 생산성은 외국에 비해 높지 않은데 산업구조가 이권추구적인 형태이며 혁신노력도 미흡한 편이다. 좀 더 서비스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산업의 R&D 투자를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서비스 산업의 공급자 및 구성원풀이 매우 제한적이서 정부 및 공공기관 R&D 투자재원들이 특정 그룹들에게 배분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서비스 산업의 인력공급을 다변화하여 신규 인력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하고 이들의 혁신을 유도하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재민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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