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산업·IT·과학 > 항공 · 해운 · 물류 · 무역

엔진의 정밀함, 화살의 예술로…현대차 '스마트' 양궁 체험 현장

입력 2024-07-25 13:17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KakaoTalk_20240725_121441214
오진혁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활과 그립. (사진=정은지 기자)
“이 활은 오진혁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겁니다.”

25일 현대자동차그룹 기술전시관. 도슨트 안내원의 설명에 기자들의 시선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활의 중간 부분, 이른바 ‘그립’에 주목하자 신상훈 팀장이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2016년부터 3D 프린팅 기술로 선수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선수 6명 중 5명이 이 기술을 선택했죠.”

자동차 회사가 왜 양궁 장비를 만드나 싶었지만, 곧 의문이 풀렸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양궁협회를 후원해왔다. 그룹의 R&D 역량을 활용해 선수들에게 첨단 장비와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다.

3D 프린팅 그립의 장점은 명확했다. 선수 개개인의 손 모양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기존처럼 양산품을 깎아 가공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여러 개를 동일하게 제작할 수 있어 그립 파손 시에도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KakaoTalk_20240725_121137615
도슨트 안내원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이어 등장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은 더욱 놀라웠다. 풍향풍속까지 계산해 실시간으로 조준점을 보정하는 이 로봇은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자랑한다. 심지어 국가대표 선수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다고 한다.

“풍향풍속 센서의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카피할 수 있어서요.” 신 팀장의 말에서 기술 보안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그는 “센서는 여러 곳에 위치해 있으며, 높이와 위치에 따른 바람의 영향을 모두 고려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로봇의 개발 과정도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단순히 화살을 발사하는 기계였지만, 협회와의 논의 끝에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특히 실외에서의 바람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초음파 센서를 활용, 미세한 풍향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1mm의 조준점 변화가 70m 거리에서는 1cm 이상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밀리미터 단위로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죠.” 신 팀장의 설명에서 기술의 정밀함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고정밀 슈팅 머신’은 화살 선별에 사용된다. 500원 크기 과녁 안에 들어가는 화살만 ‘정상’으로 분류해 경기에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전에는 선수들이 일일이 화살을 쏴보며 선별해야 했지만, 이 기계의 도입으로 그 과정이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해졌다.

“선수들이 편하고 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화살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현장을 둘러보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금메달을 향한 도전을 뒷받침하는 기술력, 그 중심에 현대차그룹이 있었다.

자동차 기술과 양궁 장비의 만남은 언뜻 어색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 팀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빌리티는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로봇, UAM 등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포함하죠. 이 슈팅 로봇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KakaoTalk_20240725_121137615_05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 선수가 직접 활을 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이날 기술전시관을 찾은 기자들은 직접 양궁 체험에 나섰다. 첨단기술의 혜택을 받은 장비를 사용하며, 우리 선수들이 느꼈을 자부심과 설렘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올 여름 파리에서 펼쳐지는 올림픽.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들의 금빛 과녁을 향한 도전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다. 그들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기술의 지원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오늘, 메달의 가치가 더욱 빛나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노력이 단순히 양궁에 그치지 않고, 다른 스포츠 분야로도 확장되길 기대해본다. 기술과 스포츠의 만남, 그 시너지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 확신한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