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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의대 증원 얻고 신뢰 잃은 정부

입력 2024-07-23 14:19 | 신문게재 2024-07-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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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부국장(사진)-3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 등에서 1만2000여명이 집단으로 그만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관용은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을 단호히 천명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일주일이 되던 2월 26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한 복귀 시한이 지난 3월 4일에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오늘부터 미복귀한 전공의 확인을 위해 현장 점검을 실시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월 17일 중앙재난안전본부 브리핑에서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5월 31일 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수련을 마칠 수 없어 2025년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며 으름장을 놨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응급진료 체계 지원·유지 등을 위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1882억원과 예비비 등 수천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랬던 정부가 전공의들에 면죄부를 줬다. 정부의 강경기조는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지난 8일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행정처분 철회에 이어 이들이 오는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면 특례까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는 경우 ‘1년 내 동일 과목·연차로 응시’를 제한하는 지침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가면서 환자 곁을 지켜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에 대해 ‘27년만의 의대증원(1509명)’이라는 큰 소득을 얻었기 때문에 이런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뜻한 바를 이뤘다고 해서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공의들이 추가로 양보를 요구할 경우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많은 것을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은 복귀시한으로 정한 지난 15일까지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야기한 정부의 사과와 각종 행정명령의 철회가 아닌 취소 그리고 일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개혁 패키지’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유화정책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최근의 의정갈등 형국을 보면 정부는 밀어붙이고, 전공의들은 계속 버티고 있는 가운데 기세등등했던 정부는 하나하나 양보하면서도 계속 끌려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부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의대증원 문제로 야기된 의정갈등의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법으로 통치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정부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한번 신뢰를 잃은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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