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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투자의 킬러 문항

입력 2024-07-24 13:22 | 신문게재 2024-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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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한 때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능시험 킬러문항을 없애겠다고 해 소란이 난 적이 있다. 사교육의 원흉으로 자주 지적되는 고난도의 킬러문항은, 최상위급 학생들을 가리는 변별력으로 등장하는 꽤나 지난한 문항이다.

투자의 세계도 사실 변별력으로 보자면 수능의 살벌함을 능가한다. 1920년 이후 주식투자는 평균 6~8%의 수익률을 미국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부동산이나 채권의 수익률을 꾸준히 앞서는 선에서, 주식은 위험자산 프리미엄의 체면을 대체로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대가인 워런 버핏은 60년을 넘게 한 해에 20%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마젤란펀드 운용자였던 피터 린치는 현역 15년 동안 연간 29%의 수익을 내고 전설로 월가를 떠났다. 분명 투자의 킬러문항을 푼 최 고수들이다. 버핏은 60세를 넘기면서 고수익 투자의 첩경을 묻는 질문에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간결히 답했다. 70을 넘기면서는 “꿋꿋한 신념”이라고 했고, 90을 넘기고서는 “개인적인 현명함”이라는 답을 주었다. 같은 질문에 피터 린치는 ‘현장’과 ‘실제’와 ‘투자의 개별성’이라고 했다.

일부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가 ‘선진투자 기법’이라며 로봇 어드바이저나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등을 채용한 수리추정과 논증추정의 투자의사 결정도구를 연신 알리고 있다. 그들이 인간 결정에 비해 얼마나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초과수익을 낼 지는 아무도 모른다. 45년 경력의 필자가 보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어느 날 추정과 논증의 유사성과 개연성을 지닌 컴퓨터 시스템을 우연히 다수가 사용하고 작동시킬 경우 ‘제2의 블랙먼데이’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유나 시기는 아무도 모르지만, 수리모형에서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 증시가 대 폭락했다. 주가는 하루에 22.6%나 무너져 내렸다. 미국 증시 당국은 때 마침 불어온 프로그램 매매의 우발적인 의사결정의 유사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제기했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 프로그램 제공처 개발자들의 지식적 근친성을 들었다.

초과수익이 가능한 투자의 행동적 속성은 원래 ‘철저한 개별성’에 있다. 누군가와 같이 투자행동을 했다면 그만큼 수익을 나눠야 한다. 존 보글이 창안한 ‘집합투자’는 그런 한계가 있지만, 투자 위험을 줄인다는 장점이 크다. ETF나 신탁을 맡기거나 지수에 투자하면 상대적인 안정적 보상은 가능하겠지만, 개별적인 초과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킬러문항도 고등학교 내내 최고의 학습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하면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식투자자는 최고의 전문직이다. 투자 전문직들은 미리 회계연도를 한참 앞질러 기업의 경영실적을 추정하고, 지금 시장에서의 타당한 주가수준을 설정한다. 적어도 달력보다 9개월은 기업분석이 앞서가야 한다.

지금이면 내년 1분기가 킬러문항으로 뇌리에 있어야 한다. 그때면 금리인하가 이미 현실일 수 있고, 누군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고,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터가 변곡점일 수 있다. 지금 국제주식시장은 이 세 가지의 킬러문항이 나온 상태다. 한번 풀어보시라.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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