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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위비 분담금이 안보·경제 리스크 되지 않아야 한다

입력 2024-07-21 13:38 | 신문게재 2024-07-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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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동맹 청구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을 “아주 부유한 국가”로 딱 꼬집었다. 다른 게 아닌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다. 변수는 남아 있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트럼프 1기 시절보다 미국 우선주의 색채가 짙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예상되는 또는 예측불허의 경제적 파장과 방위비 분담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 정도다.

집권 1기 때인 2019년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서 기존의 약 500% 증액을 요구받은 경험을 참고하면서 우선은 12차 회의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방위비만이 아닌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 억제 명분으로도 상도의(trade ethics)를 결여한 거래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다. 어물어물하다간 더 많은 비용을 치른다. 안보·경제 리스크가 되지 않게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2기를 ‘플랜A’로 상정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지만 경제·안보전략은 재설정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 결정은 물론 남은 변수다.

우리 역시 방위비 폭탄에 비유되는 분담금에 적극성을 띠면서 확실한 반대급부를 생각해둬야 한다. 부당한 안보 청구서를 내민다 해서 끌려다니지 말고 능동적인 거래 마인드가 요청된다. 대만 방어 질문에 난데없이 반도체 사업을 뺏어갔다며 TSMC에 보조금 주는 행태를 비판한 데서 중요한 전략적 힌트가 나온다. 끈끈해야 할 한·미동맹 관계에서 분담금 갑질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 적용 가능한 논리라는 것과 트럼프 재집권 시 안보와 경제가 더 철저히 연동된다는 시사점을 얻게 된다.

한국은 트럼프가 전에 말했던 ‘호구(sucker)’가 아니듯이 미국이 생각하는 무임승차자도 아님을 분명히 부각해야 한다. 자국이 구축하려는 세계 질서의 소요 비용을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태도를 우리 시각에서도 좀 냉철히 볼 필요가 있다. 협상이 교착되거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자주 꺼낼 수도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언제 결론이 나든 미국이 시혜국가, 동맹은 수혜국가라는 일방적인 발상은 교정하도록 해야 한다. 동맹은 원래 ‘호혜적’이다.

방위비 급증을 기본 가정처럼 규정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태 이후 승기를 잡아간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판이 어디로 흘러가든 우리로서는 안보 이슈를 아무 때고 끌어들여 협상의 판을 키우는 전략이 외교적 리스크가 되지 않게 하는 게 현명하다. 미국에도 합리성에 뿌리를 둔 현실적 대처법이 요청된다. 그래야 안보 동맹이며 경제 우방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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