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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창용 한은 총재의 무거운 산책 길

입력 2024-07-21 08:49 | 신문게재 2024-07-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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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 사진
김수환 금융증권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혼자 산책을 자주 한다. 과거 코로나를 앓은 후 폐 건강이 예전보다 약해지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걷는 습관을 들였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더라도 차를 타는 대신 걸어서 집무실로 돌아올 때가 많다. 이처럼 건강을 챙기는 그의 수고로움 위에 금리결정이라는 고민의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시장금리가 이미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상황에서 진행된 지난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 입장하는 이 총재의 표정에서도 이러한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예상보다 빨리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금리인하를 실행하기 위해선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먼저 환율 문제다. 이 총재가 환율 관련 보고를 거의 매일 받고 있을 정도로 관심 있게 살피는 부분인데, 강달러에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1300원 후반대에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만약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계부채도 고민의 한 축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부채가 더욱 증가할 수 있어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 총재에겐 부담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장기화를 지목하며 연일 금리인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을 신경써야 하는 정치권 입장에서는 금리인하를 앞당기고 싶겠지만,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우선이다.

한은법 제3조는 통화신용정책이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은이 다양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김수환 금융증권부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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