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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

입력 2024-07-18 13:32 | 신문게재 2024-07-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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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여러분께 정말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무대 장치에 이상이 생겨 일부 무대 배경 없이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환불을 원하시면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다시금 사과드립니다.”

지난 3월 20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이하 메트) 오페라 극장,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막이 오르기 직전 무대 위로 한 신사가 올라와 이렇게 사과했다. 갑작스런 무대장치 이상으로 제대로 된 공연을 못하게 되자 직접 무대로 올라와 관객에게 정중히 사과한 이 신사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뉴욕 메트를 이끄는 피터 겔브 총감독이었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메트 오페라 극장은 약 3800석, 이날 공연은 대략 80% 정도 예매됐다. 그 중 이 공연을 환불한 사람은 150명 정도였다. 관객 대부분은 객석을 지키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최선의 연주를 선보인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에게 더 따뜻한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혼신을 다한 악단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준 총감독에게 보낸 관객들의 신뢰였다.

그리고 지난 6월 19일~20일 창단 140년 역사를 지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메트 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보통 오페라 공연을 위해 연주하지만 오랜기간 독자적인 콘서트 활동도 하며 탄탄한 연주력을 겸비해 음악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번 공연에서 메트 오케스트라는 투어 공연의 한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레퍼토리를 선곡하고 악단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차게 구성해 스타 성악가들과 함께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종종 내한하는 해외 유명악단 중 실제 연주 역랑의 최대치를 발휘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그들의 성의 없는 연주에 관객들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한다. 해외 유명 스포츠 스타들 중 아시아 국가 방문시 단 1분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노쇼하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사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관객들의 음악적 취향과 기대를 만족시키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메트 오케스트라의 철저한 준비성은 진정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더불어 ‘사과’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될 때마다 메트 총감독의 사과도 다시금 상기된다. 사과 자체가 목적이 아닌 사과를 빌미로 각 당의 이해관계만 봇물을 이루는 정치권, 최근 1주기를 맞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그간 어느 곳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관계기관들을 보며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위기 발생시 앞장서는 리더십의 가치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프로는 단지 탁월한 기술과 재능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상황을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자 하는 내재된 열정, 위기시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진심어린 사과를 전할 수 있는 미덕까지 갖추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 하면 그것이 어려운 환경의 변화에 진정한 사과를 전할 줄 아는 뉴욕 메트는 음악 이상의 깊은 여운을 남기곤 한다. 이야 말로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이다.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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