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금리 인하 ‘신호’ 제대로 주면서 만반의 준비해야

입력 2024-07-14 13:48 | 신문게재 2024-07-15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기준금리는 다시 묶였지만 가능성의 끈에는 조심스럽게 손이 가고 있는 상태다. 소수의견 없이 금융통화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시킨 한국은행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방향 전환(피벗) 검토를 거론하며 ‘3개월 후 인하’ 전망 쪽으로 무게추가 조금 더 실리고 있다.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말을 빌리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2%대 후반에서 중반으로 향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그중 하나다. 장을 보는 소비자가 물가 안정을 체감할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어도 긍정적인 지표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만 놓고 보면 이대로 안정되면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어느 정도의 확신이 우리에게도 있다. 그런데 가계부채와 원·달러 환율 1400선에 다가서는 외환시장 등 변수들이 걸림돌이다. 수도권 부동산 등 다른 불안 요인도 챙겨봐야 한다. 13번째 기록 경신까지 가지 않고 끝내는 게 좋고 하반기 인하론이 대세라 하더라도 그 이전에 할 일이 있다.

인플레이션만 타깃으로 하는 중앙은행이 아니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말은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물론 우리가 통화정책에 부담을 갖는 게 꼭 글로벌 고금리 현상을 이끌던 미국이 기축통화국이어서는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유럽·남미 지역 은행들은 기준금리를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내달 22일까지 가면 기준금리 3.5%는 1년 7개월 넘게 유지된다. 고금리, 고강도 긴축이 소비 여력을 고갈시키고 기업 투자 심리를 꺾은 부분을 깊이 들여다보고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출 때가 됐다.

4분기의 10월이든 11월이든, 아니면 예상을 깬 8월이든 금리는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경제 여건을 종합 검토하면서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차선을 바꿀지의 고민은 끝낼 시간이다. 금리가 곧 떨어진다는 전망이 시장을 휩쓴 지 올 들어 벌써 몇 차례인가. 다만 금리 인하 분위기만 믿고 진로를 바꾸려는 지점이 되기 전에 미리 켠 차선 변경(금리 인하) 깜빡이가 기대감이 과도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된다.

경제 상황의 지배를 받는 것이 금리다. 그럼에도 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에 낮추는 것이 지금은 ‘금리 정상화’(interest rate normalization)다. 금리 문제는 통화정책 여력에 따라야 한다. 이런 원칙으로 시장 과열을 경계하면서 신속한 정책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