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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의 힘?…호텔신라, 무이자 자금조달에 쏠리는 눈

자사주 전량 활용해 1300억 규모 교환사채 발행
교환가액도 가중산술평균주가에 15% 할증…가치 높게 평가
향후 주가 부양 기대감 조성…면세점 업황 회복이 관건

입력 2024-07-11 17:00 | 신문게재 2024-07-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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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전경. (사진=호텔신라)

 

호텔신라가 1328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무이자로 조달하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채권자들이 이자없이 자사주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은 향후 호텔신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1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3일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활용해 132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호텔신라 보통주 213만5000주며 교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은 0.0%다. 주당 교환가액은 6만2200원으로, 전일 종가 5만3000원 대비 약 15%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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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금은 이달 17일 만기가 도래하는 15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으로 호텔신라가 이자 등 금융비용을 아끼면서도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이자율이 0%이라 금융비용 감소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텔신라가 교환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일반 사채 등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면 적지 않은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호텔신라는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전년 말 394.1%에서 426.8%까지 올랐고, 차입금 의존도도 2021년 56.6%에서 59.6% 늘었다. 호텔신라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올해 1분 기준 단기차입금은 1699억원, 1년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인 유동부채는 2698억원, 일반사채는 9682억원으로 리스부채를 제외한 금융부채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신용등급 또한 AA- 높지 않아 우호적인 조건으로 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리가 5%라고 가정하면 연간 66억원 가량의 금융비용을 아낀 셈이다.

 

 

호텔신라가 이를 감수하고 신규대출을 추가로 받았다면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거나 향후 자금조달에 문제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0% 이자의 교환사채 발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호텔신라 입장에서 교환사채 발행 조건도 나쁘지 않다. 조 연구원은 “조기상환 청구(풋옵션) 시 보유 자사주로 대체할 예정이라 주식 수 희석도 없다”며 “이외에 교환가액도 높고, 전환 조건도 까다로운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채권자들이 1주당 교환 가격을 현재 주식 가치보다 높게 평가해 소액주주들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주당 교환가액을 가중산술평균주가에서 15% 할증해 6만2200원으로 책정한 것은 채권자들이 이 회사의 주식이 향후 6만2000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 주가가 바닥이라고 보고, 오를 일만 남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며 “이자 수익보다는 향후 신라호텔의 미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가 회복 시그널로도 읽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면세업이 주력사업인 호텔신라 입장에서 아직 업황 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이번 교환사채 발행이 주가에 ‘호재’로 반영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에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중국 경기와 화장품 산업의 회복이 느리고, 올해 들어 강달러까지 이어지며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 정상화에도 공항 면세점 매출 또한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호텔신라의 본격적인 주가 회복은 중국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어야 이뤄질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송수연 기자 ssy12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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