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APS 심포니아의 도전

입력 2024-07-11 15:44 | 신문게재 2024-07-12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240609010002371_1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아주 가끔 현대음악 작곡가의 창작곡이 연주되는 클래식 공연을 볼 때가 있다. 겨우 한곡 정도지만 귀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베토벤, 모차르트 등 우리가 사랑하는 작곡가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감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신진 작곡가 발굴은 음악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미래의 베토벤, 모차르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본 클래식 공연에서 국내 작곡가의 국내 초연 작품을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작곡가는 본인의 창작곡에 대한 이야기를 떨리는 목소리로 침착하게 설명했고 지휘자와 연주단원들은 그의 곡을 정성스럽게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고 작곡가의 얼굴은 감격으로 상기돼 있었다. 자신의 음악이 무대에서 연주되는 감동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이날 연주회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챔버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였는데 매년 신진 작곡가 공모전을 열고 상금과 연주 기회를 준다고 했다. 2021년에 시작해 벌써 4명의 작곡가를 선정해 무대에 올렸단다. 국공립 대형 오케스트라에서도 하기 어려운 신진 작곡가 발굴 사업을 민간 단체에서 이토록 진정성있게 진행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국내외 대형 유명 오케스트라나 해외 콩쿠르에서 입상한 스타 연주자 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서 민간 연주단체가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 틈 속에서 빛나는 행보로 한국 음악발전을 꾀하는 이 연주단체는 2015년에 창단된 ‘아카데미 열정과 나눔’(APS 심포니아)이다. 클래식 연주단체 답지 않은 이름의 ‘아카데미 열정과 나눔’은 음악에 대한 열정(Passion)을 청중과 함께 나누기(Sharing) 위해 모인 전문 연주자들의 단체(Academy)라는 뜻이다. 매년 8회 이상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신진 작곡가뿐 아니라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는 등 ‘현대곡의 현재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APS 심포니아를 이끄는 사람은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 진윤일이다.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연구과정에서 지휘뿐 아니라 철학, 음악심리, 연주사 등의 전 과정을 이수한 후 한국인 최초로 비올라 연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목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Passion & Sharing’(열정과 나눔) 정신을 모토로 연주단체를 창단했다. 그는 열정과 나눔을 통해 음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고 있다. 새로운 작곡가 발굴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를 주제로 한 연주 프로그램, 전통음악과 AI의 협업, 디지털 예술 프로젝트 등 10년의 로드맵을 설정하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가수 송가인의 어머니로 유명한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 송순단씨를 찾아가 씻김굿에 대한 수업을 받고 클래식과 무가를 융합한 실험적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진 대표는 “예술이 재미를 쫓는 엔터테인먼트와 다른 점은 철학과 주제를 담아 이를 탐구하고 연구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렇게 메시지를 담은 예술은 청중을 교육시키고 감동 시킨다”고 말한다. 예술단체 경영이 쉽지만은 않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겸허하고 꾸준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 작은 연주단의 행보에서 대한민국 음악계 또 하나의 미래를 보게 됐다.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