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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에이지즘의 재구성

입력 2024-07-10 14:09 | 신문게재 2024-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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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사실상 나이가 전부인 사회다. 많이 변했지만, 나이는 한국사회를 통제하는 결정잣대 중 하나다. 잘하든 못하든 연령별 고정관념이 직간접적인 평가기준으로 적용된다. 놀이터에서 경로당까지 서열정리의 만능카드가 나이인 것이다. 특히 한국은 연령사회의 분위기가 짙다. 위·아래가 확실한 유교기반 가족주의 때문이다. 연상·연하의 나잇값에 따른 추월·도태는 곧 파격·자멸을 뜻한다. 중립·중도적인 기준값을 투입해 개인·역량중심으로 논하는 서구권에선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해서 비슷한 후속주자 MZ세대는 불편과 불만 속에 나이규범을 거부하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변하듯 상식도 바뀐다. 이제 연령논쟁은 한국사회의 시대화두가 됐다. 과거 만들어진 연령기반의 상식·역할이 더는 먹혀들지 않아서다. 요컨대 나이는 그대로인데 신체특징과 기대역할은 확연히 달라졌다. 당장 연령통계가 급변한다. 중위연령·기대수명부터 은퇴연령·연금수급까지 변하고 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중앙 사람의 나이인 중위연령은 2024년 46.1세로 높아졌다. 1970년 19세였다니 꽤 상향조정된, 즉 늙어가는 사회다. 기대수명은 더하다. 남녀평균 ±88세로 1970년(62세)보다 26세 늘었다. 때문에 환갑은퇴는 불가능 하다. 국민연금 수급연령도 높아질 운명이다. 얼추 작게는 70세 전후까지, 크게는 정년폐지형 평생근로가 표준질서로 채택된다.

때문에 나이논쟁은 세대갈등의 불씨로 번지기 십상이다. 연령기준은 그대로인데, 평가내용이 달라져 엇박자는 커진다. 환갑퇴장이 전제된 세대부조형의 사회질서가 곳곳에서 무너져서다. 유지불능 연금개혁부터 고령인구 무임승차까지 희생과 수혜의 교환구조가 더는 먹혀들지 않는다. 불안불안한 건 2025년이다.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원년인 까닭이다. 고령화율(65세↑/전체인구) 20%를 넘기는 파워풀한 늙음속도가 반영된 결과다. 인구피라미드의 본격적인 가분수(▽)화를 뜻한다. 젊음이 늙음을 먹여살릴 수 없다는 의미다. 고정관념은 막히고 제도질서는 깨진다.

시대가 바뀌면 질서는 변한다. 그래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구질서를 대체할 신질서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때 ‘에이지즘(Ageism)’이 떠오른다.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걸 뜻한다. 연령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특정개념을 완성하는 형태다. 특정연령을 잣대로 대접·역할이 달라지는 차별(?)은 시대변화와 상대감정에 따라 환영 혹은 홀대된다. 가령 경로사상 혹은 노인혐오는 공존한다.

고령화가 빠를수록 에이지즘이 심화된다는 연구가 있다. 반대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에이지즘이 약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모순적이나, 공감적이다. 즉 고령복지를 위한 사회부담이 늘면 그들을 향한 불만은 커진다. 동시에 역설적이게 고령화율이 높으면 당사자가 많아져 그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세계최고 속도·규모로 늙어가는 한국사회의 미래단면 중 하나라 눈여겨봄직하다. 요컨대 베이비부머의 은퇴진입은 고령자에의 과격한 공격적 논조가 심화될 타이밍으로 추정된다. 물론 문화요인도 크다. 성공·집착이 강조되는 남성다움도 에이지즘과 직결된다.

에이지즘의 재구성은 기대효과가 적잖다. 사회비용을 줄일뿐더러 선입관을 바꾸고 차별·혐오를 덜어준다. 실리적 성과창출은 더 고무적이다. 에이지즘을 바꾸면 새로운 기회가 보이기 때문이다. ‘고령인구=성장산업’의 등식이 그렇다. 노년차별·경로사상 등 늙음지배의 에이지즘은 고령산업의 성장기회를 축소했다. 더는 곤란하다. 뭉뚱거려진 취약인구의 집단최면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 변하는 연령패턴에 맞춰 세분화된 욕망과 장기화된 수요를 찾아야 한다. 해외에서는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적 에이지즘을 주목하고 있다. 에이지즘의 재구성에서 퀀텀점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전영수 한양대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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