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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흘 만에 2조 부풀어오른 가계대출 괜찮나

입력 2024-07-08 14:05 | 신문게재 2024-07-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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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 대비 5조원 이상(5조3415억원) 불어났다. 2년 11개월 만의 최대 폭이었다. 7월 첫 4일간 이 기록을 깨려는 듯 2조원 넘게 가파르게 불어났다.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원대로 들어섰다. 소폭(2143억원) 감소하나 했던 신용대출도 큰 폭(1조879억원) 늘었다. 나흘 만에 6월 한 달간 가계대출 증가액의 40%가량이 증가했다. 심상하게 무시하고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금융시장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 주택매매가 살아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늘어난다고 담백하게 분석할 상황은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2%대까지 낮추며 대출 영업에 은행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 가계 빚이 팽창하자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고 은행권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지만 가계대출 관련 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 은행 부문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런 위험은 관심밖에 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7월 초에 몰리는 대출보다 더 이례적인 현상은 속도다. 4월부터 가계대출이 매달 4조~5조원씩 증가하다가 더 빨라진 흐름을 잘 읽어야 할 것 같다.

피벗(통화정책 완화)을 확신하고 한발 앞서 움직인다 해도 보폭이 너무 빠르다.

서울 인기지역 집값이 예전 최고점 수준으로 오르며 들썩이는 것과도 물론 무관하지 않다. 가장 좋지 않은 영향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다. 큰 외부충격이 발생하기 전에는 가계부채가 대규모 부실화하거나 실물경제가 타격 입을 수준은 아닐지 모른다. 그것을 너무 믿고 있어서도 안 된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이렇게 기준금리 인상 국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이건 적잖은 문제다.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 정책자금 대출 증가 등이 중첩돼 있다. 갈지자 행보인 금융 정책이 이자부담 증가 전 대출 수요를 늘린 건 확실하다. 가계 빚 증가의 한 원인인 금융 정책 엇박자를 되돌리는 실효적 대책이 아쉽다. DSR 규제의 사각지대를 줄이면서 일관된 금융 규제 스탠스를 찾아가는 게 맞다.

좀 보수적 시각에서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에 와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은행 관리 범위를 벗어난 버팀목(전세)이나 디딤돌(주택구입) 등 정책대출의 급증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가계부채 수준이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준에 이를 만큼 과도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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