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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정책 ‘엇박자’…은행권·차주 혼선 커진다

입력 2024-07-04 13:21 | 신문게재 2024-07-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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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증가에 5월 은행 가계대출 6조원 증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은행권과 차주(대출자)들이 큰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연기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려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가계대출 문제를 놓고 두 금융당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진행되자, 오는 15일부터 은행권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전날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함께 진행한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에서 “최근 성급한 금리하락 기대와 주택가격 상승 예상 등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적인 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스트레스 DSR을 포함한 대출규제 준수 여부와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 및 관리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6월말 기준)으로 한 달 만에 5조3415억원 증가했다. 주택거래량이 증가한데다 버팀목 등 정책자금 대출 수요, DSR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 등이 쏠리면서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맞춰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일단 금리인상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주기형·변동형 금리를 각 13bp(1bp=0.01%포인트)씩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가계 주담대 감면금리 폭을 최대 0.20%포인트(p) 축소했다. 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금리인상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는 일부 은행들의 가산금리가 올랐지만 다른 은행들도 금리인상에 동참하면 올해 상반기 내내 줄었던 이자 부담이 다시 커지게 될 것”이라며 “차주 입장에서 이자를 더 내야 하므로 대출을 덜 받거나 대출을 받지 않는 등 대출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두 달 연기한 상태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2단계 적용시 대출한도가 더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해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대출을 막는 것이 부동산 성장세를 방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금융위쪽에서 감지된다”며 “반면 금감원은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있기에 적정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하는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피해자는 결국 차주들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정책이 일관되지 않으면 차주들은 대출 시기나 조건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차주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고 정책 시행 전 충분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차주들이 혼선을 겪지 않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급격한 정책 변화가 없어도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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